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서커스 외 1편/하재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21회 작성일 11-03-11 15:14

본문

하재연
서커스 외 1편


아무 데도 아닌 곳에서
아침은 시작된다.
아무 데도 아닌 곳으로 우리가 한 발자국 옮겨가듯이.

갓 태어난 강아지와 같이 낑낑거리며 불러보는
나의 사랑, 나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나는
하루에 몇 번인가
나처럼 생긴 것을 나의 힘으로 뱉어낸다.

박수 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천천히 외로워지려고.

허공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생각하지 않고
서 있는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평형에 대하여.

한 걸음 더 나에게서
걸어 나오면서

안녕
처음이듯 당신에게 인사를 건네면

손을 벌리며 저쪽 끝을 내밀어 주는
허공으로부터
가까워진다.

 

 

 



카프카의 오후


밝아지면 아침 그리고
어두워지면 저녁

나를 흉내 내고 있는 하루.

커튼을 하얗게 빨아 햇볕에 널고
멸치국물로 국수를 후루룩 말아 먹고
욕실의 신은 거꾸로 돌려놓으면서.

그가 또는 그녀가 돌아오면 완성되는
깊이가 없는 배경과 함께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을 꺼내 입고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그림자의 색깔은 시작되고
나의 팔다리는 움직일까.

진짜 웃는 것처럼
크게 입을 벌리면
밤과 같은 까만 목소리가 탕탕
내 납작한 몸을 북처럼 울린다.

눈동자를 가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대화법에 의해
당신과 나는 서로를 완성하는가.

그리고 나는
나를 언제까지 연습할 수 있을까.

밝아지면 아침
어두워지면 저녁



하재연∙2002년 ≪문학과 사회≫로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추천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