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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약과 반죽하기 외 1편/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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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09회 작성일 11-03-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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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약과 반죽하기 외 1편


얘야 !절대 물을 먹어선 안 돼!. 목 메이도록 꼬약꼬약 마른 밥을 삼켜도, 절대 맹물로 목축여선 안 돼! 무조건 물 들이키다 보면 뱃살만 축 늘어질 거야. 좋은 몸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야, 건강한 몸을 위해 동물성 기름도 안 돼! 오로지 식물성 특히 참기름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지. 탄력 있는 근육을 위해, 꿀 같은 잠 속에서도 제자리 걷기 계속 해 봐! 아름다운 몸은 금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오랜 정성이 필요하지! 마디마디 만져보아 딱딱한 살이 남아있으면 술 한 잔으로 목을 축여! 조금은 독한 술도 괜찮아. 여기저기 뭉친 근육이 풀릴 거야! 가끔 긴장된 일상 풀어 주는데 술만 한 것도 없지. 이제 부드럽고 탄력 있는 몸이 될 거야. 자! 모든 조건이 갖춰졌어. 네 몸 조각 같은 명품으로 만들어 봐! 값비싼 악세사리는 겉모습일 뿐이야!

 

 

 

 


정월 열나흘, 농부가 마지막 추임새처럼


농부가의 마지막 추임새 같은 정월 열나흘. 아낙네야, 날 밝기 전 일어나게나, 올 경인년 정월 열나흘은 무신戊申일일세. 새벽 우물 제일 먼저 물을 떠야 우물 속에 잠긴 용알을 건진다네. 푸른 새벽 일어나거덜랑 잡소리 하덜 말고 부럼 먼저 깨물게나. ―아이고 부럼이야― 담 넘어 들리도록 와자작 깨물었는가? 열나흘 새벽 보시게나 우리 집 대문턱 누가 먼저 넘었는가. 눈 바로 뜨고 보시게. 남정네가 먼저 들어야 그해 병아리가 대풍이라네. 이 보시게덜 대문을 나서거든 더위는 사지 말고 팔고만 오게나.
 
지난 갈 따로 모아둔 황률이며 대추, 고논에서 거둔 찹쌀일랑 싸래기 한 알 없구나. 모가지 부러지게 숙였던 언덕배기 차, 수수, 버덩말 주막집 포로족족한 주모 얼굴 잘 여문 차조빛을 닮았네. 재 너머 두어 사래 뿌려 놓았던 붉은 팥은 귀신을 쫓는다지. 섶나무 울타리 기어오르던 울타리콩도 넣어보세 자 이제 오곡밥을 지어보세. 지난 늦봄 뜯어 말린 곰취, 나물취, 삶아 취쌈 준비하고, 볕 좋은 갈 해에 애호박, 끝물가지 오가리로 말렸으니 아홉 가지 묵나물 준비하세. 이 날마는 짐치, 짠지, 끄내놓치 말게나. 개보름 쇠듯 한다고 개는 굶기고 날것은 먹지 않는 날이라네.
 
남정네들아! 아홉 가지 나물에 오곡밥을 먹었으면, 자 나무 하러 가 봄세. 오늘은 아홉 끼 먹고 나무 아홉 짐 하는 날. 불살 좋은 햇싸리 골라 베어 햇칡 끊어 단을 묶어, 지게 댕기 늘어나도록 나뭇단 묶어짐세. 산비알 내려올 때는 뒷꿈치에 힘을 주게나. 우리네 농군들이야 하루 쉼이 열흘 굶기 아닌가. 싸리나무 아홉 짐 바깥마당 부렸으면, 보름밤에 태울 망우리나 만들어 봄세, 삼껍데기 벗겨낸 저릅대, 옹이로 굳었던 광솔이지 맘껏 타오르라고 중심에다 꾹 박아 넣고, 낭굿단 묶었던 칡, 물을 축여 찢어서 나이대로 매듭 묶어 식구대로 준비하게, 정월 대보름달이 떠오르거든 횃불 붙여 꽂아놓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두 손으로 두 귀 잡고 소원 한 번 빌어보게, 삼세 번 절을 하고. 망우리여! 망우리여! 정월 대보름에 불러보는, 소망가 마지막 추임새. 쥐불놀이로 훨훨 태워줄 논두렁 밭두렁 남아나 있으려나!


김영희∙ 홍천 출생. 2009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저 징헌놈의 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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