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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속달 외 1편/오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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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선
속달 외 1편
베란다에서 건너다 본 키 큰 단풍나무
푸른 잎 무성한 지붕 위로 빨간 엽서를 내밀고 있다
해마다 넌 이렇게 엽서를 보내왔다
난 바쁘다는 핑계로 눈으로만
건성으로 스쳐 지나갔다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
찬찬히 너를 읽는다
너는 무엇이 그리 급하여 서둘러 왔느냐
계절과 계절을 잇는
밀고 당김의 혼돈 속에서 길을 잃었더냐
며칠 전 너처럼 길 잃은 메시지를 받았다
무더운 여름 잘 건너세요
누군가를 향한 아름다운 염려가
낯선 내게로 왔다
저 여린 새순
내게 잘못 건너와 쑥스러워하던 그 마음처럼
낯선 계절 앞에서 어리둥절 두리번거린다
계절이 속달로 보내온 엽서 한 장
단풍나무 꼭대기에 꽂혀있다
노을
남원 장터
무료로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
묵은 짠지며 텃밭에서 따온 깻잎을 팔던 할머니, 손을 놓고 영정사진을 찍는다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에 햇살이 가득하다
사진을 찍다 말고 아저씨가 묻는다
좋으세요?
좋지, 저 세상으로 꽃가마 타고 시집갈 때 가져갈 건데
누런 이가 또 웃는다
오명선∙2009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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