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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여름) 특집/이십대의 발랄한 상상력들(김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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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52회 작성일 10-12-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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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의 현실을 보면서’가 아닌 ‘없는 현실을 꿈꾸면서’
김 초 롱 |대학생, 20세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이제 ‘옛 말’이 되어버렸다. ‘현재 30년대 후반 세대까지는 부모가 가난하다 하더라도 교육을 통해 또는 노력여부에 따라 상위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인생을 좌우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KDI.한국개발연구원/세대 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이 연구 결과가 실린 기사를 봤을 때 힘이 쭉 빠졌다.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인생의 성패여부가 나뉜다는 말이 아닌가.
‘金초롱 세탁소’. 내 이름을 걸고 운영하시는 나의 부모님의 가게이다. 아빠는 빨래를 하시고, 엄마는 수선을 하신다. 남의 옷을 세탁하며 자식교육 잘 시키려고 애쓰신 분들이다. 부모가 고소득자가 아니라하여 그 자식의 꿈마저 높아선 안 된다는 것인가.
‘초·중·고 학생회장 출신’. 나를 대표하는 타이틀이다. 솔직히 초·중학교 학생회장은 하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특히 신설 고등학교의 학생회장 때에는 가장 큰 부담감을 느꼈다. 내가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기틀을 다져놔야 했다. 그러나, 아직 학교의 행정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운영비와 도교육청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적어, 도서관에 책을 들여 놓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개교한 지 1년이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상태는 계속되어 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었다. 학생회장으로서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소위, ‘돈 있는 집’ 딸이었으면 몇 천 만원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라도 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을 테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학생회장 될 때마다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부모님께 이런 푸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주인공인 한 수감자가 직접 편지를 써서 책을 기증받았던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 운영의 어려움을 알리는 편지를 써서 출판사의 기증을 받아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책장의 책을 뒤져 몇 곳의 출판사와 주소를 알아냈다. 그 외에, 일일이 출판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주소목록을 작성하였고 편지를 썼다. 그런데, 워드로 타이핑하여 복사한 호소의 글로는 진심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여 직접 자필로 90여 곳의 출판사에 편지를 보낸 결과 10곳에서 약 400여 권의 도서를 기증받았고, 이 사실이 YTN뉴스에 방송되기까지에 이르렀다. 학교로 택배 온 책으로 인해 조금씩 채워져 가는 도서관 책장을 보면서 뿌듯하였다. 비록 도서관의 책장을 채우기에는 400여 권의 도서가 턱 없이 부족하였지만, 이를 계기로 하여 도서관에 점점 더 많은 책이 채워지기 시작한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이런 실적을 높이 평가받아 제2대 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열정이 가져온 좋은 결과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2008년, 청주대에서 ‘제14회 전국대학생 모의UN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 일정에는 취임 후, 처음 방한하는 ‘반기문 UN사무총장’님의 특별연설이 있었다. 청주대는 반 총장님이 고등학생 때,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 외교관의 꿈을 구체화하게 되었던 것을 모티브로 하여 ‘고등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UN사무총장의 특별연설과 고등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은 이 대회 역사상, 유례가 없던 것이었다. 게다가, 각 시·도 대표로 단 한 명의 고등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라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하지만, 청주대는 영어실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자기소개서에 도서기증을 위해 열정을 바친 사례를 기재한 나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래서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었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반 총장님의 연설을 눈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반 총장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청와대에서 지정한 단 4컷 뿐이었는데, 그 중 한 컷은 고등학생 인턴들과 찍는 것이었다. 그래서 총장님과 단체사진을 찍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반 총장님을 멘토로 삼고 있었던 나였기에, 이 기쁨은 배가 되었다. 반 총장님은 전후세대에 태어나서 가정환경이 어려웠었다. 그러나 외교관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인근공장에 근무하는 외국인노동자의 영어발음을 녹음해오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굉장히 노력하였고, 끝내 꿈을 이루어냈다. 앞으로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단체사진 외에 반 총장님을 회상하게끔 하는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총장님! 저는 꿈이 대통령입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사인해주세요!”
나는 단체사진을 찍는 중, 주머니에 미리 넣어두었던 매직을 꺼내 순간적으로 반 총장님 손에 쥐어드리고 등을 돌렸다. 교복에 사인을 받아왔다. 일약 스타가 되었고, 인터뷰를 해서 지상파 방송도 타봤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과연 내가 이런 특권을 누려도 되는가?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최대한의 열정을 다하였기에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해 그 자녀의 성공이 쉬울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도서기증을 받기 위해 진심과 열정을 바쳐 얻었던 내면의 성장, 도전정신은 부모의 경제력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믿으며 입시라는 틀에 박힌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도 열정을 다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학문을 배우고 꿈과 열정으로 청춘을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입학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고려대 김예슬 자퇴 선언’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의 기능이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전부터 알았지만,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열정이 숨 쉬는 곳이어야 할 대학이 취업공장으로 전락해가고, 기업과 사회는 젊은이들의 잠재력과 포부는 무시한 채 그저 토익 점수와 컴퓨터 자격증 등 계량화 된 수치로써 판단한다. 사회가 이런 인재를 요구하기에 젊은이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영어 점수와 자격증 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정 하나만으로 삶을 개척하려는 것은 무모한 것인가. 정녕 우리의 순수한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대는 끝이 난 것인가. 
일어나야 한다. 내면의 억눌려왔던 열정을 다시 깨워야한다.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순응하고 답습하려는 생각을 버리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게끔 하는 사회 앞에, 막 대학교 1학년이 된 김초롱의 열정을 당당히 보여주겠다. 나는 지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성시리더연합(이하 화리연)’이라는 NGO단체를 만들어, 화성시의 학생자치활동을 전개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를 화성에서 나왔을 정도로 오랜 기간 주거했지만, 학생 자발적인 운동은 없었다. 그래서 학생자치활동을 주도해보고자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했고, 첫 번째 프로젝트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강좌’를 기획하였다. 대학생이 된 화리연 멤버가 멘토가 되어 각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멘티 학생들을 선발한 후, 한국어 강좌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방송국과 시의 지원을 받았고, 곧 이 프로젝트 수행과정에 들어간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있듯이, 아직은 출발단계라 미흡한 점도 있다. 하지만 단체의 활동이 활성화되어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운동을 돕고 주도해 나갈 것이다. 꿈 꿔왔던 일이었다. 이 일이 여기까지 오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의 진전을 가져온 것이다.
더 나아가 나의 최종적인 꿈은 대통령이다. 이루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장애물도 내 꿈보다 높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못하다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여 주저앉을 수는 없다. 취업걱정 때문에 열정 없이 청춘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 ‘길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지 말라. 대신, 길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 너의 발자취를 남겨라.’ 내 좌우명이다. 나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김초롱의 용솟음은 계속된다. 교복 등판의 열정과 노력의 대명사 ‘반기문’ 총장님이 내 머리맡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김초롱∙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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