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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사위질빵풀꽃 외 1편/박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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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미
사위질빵풀꽃 외 1편
오늘 승규는 복지관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 부산에서 식당일 하는 엄마가 다시 올라갈 때까지 함께 있으라고 할머니가 그렇게 해 주셨다. 장남이 땅에 묻힌 지 삼 년, 네 살 된 승규는 안심하고 이제 제 갈 길 어서 가라 손 저어 재촉한다. 한사코 때 되면 하얀 웃음으로 다시 내려오는 며느리, 배웅하고 들어서는 승규의 눈물 범벅 뒤로 푸른 줄기 끊기지 않고 하얗게 뚝뚝 떨어지는 꽃이 있었다.
사람주나무에 대하여
경남 함양에 있는 농월정에 가보면 사람주나무가 사람이 주인인지 나무가 주인인지 고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농월정 매점 앞에 서면 더욱 그러하다. 사람의 세월로 보면 한 백 살쯤 되어 보이는 나무, 굽은 허리며 어깨며 온몸이 등나무처럼 뒤틀려 있어도, 무성한 잎사귀 달고 햇살과 조랑조랑 사람들 이야기 듣는 귀가 밝다. 매점 주인 큰 도시에서 살다 고향의 나무가 되니 그 마음 다 헤아려진 걸까. 지붕 위로 팔을 힘껏 다 뻗지 못하고 있는 나무 주위에 의자며 탁자를 놓아 나무에게로 사람들을 새처럼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의 나무는 심심할 틈이 없다. 농월정에 가보면 농월정은 보이지 않고 계곡 주변으로 나무와 사람이 나란히 살아가는 풍경이 있다.
박해미∙전남 여수 출생. 1993년 ≪예술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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