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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년 여름호) 신작시/세꼬시 외 1편/박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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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세꼬시 외 1편
부산 기장에서
‘세꼬시 전문’ 간판이 내 발목을 잡는다
광어, 우럭, 도다리…… 같은
생선회를 바다의 식도락가처럼 즐겼지만
뼈까지
뼈 속의 깊은 골수까지 들어있는 세꼬시가
어금니 안쪽까지 입맛을 자극한다
맛의 진실이란
생선 전부를 먹는 것이다
사랑의 진실이란 보이지 않는
당신의 영혼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화사한 웃음 뒤에 숨은 천 길도 넘는 당신의 속내를
곁눈질 하며
꽃무늬와 함께 올라온 회 같은 사랑을 나는 맛본다
천변만화의 얼굴을 보여주는 세파의 자리에서
나는
조심스레 회 한 점을 집어 먹는다
뼈까지 속을 보여주는 당신의 마음을 알고서야
나는 목구멍 깊숙이 회맛을 즐긴다
어금니와 생선뼈가 만나는 인연처럼
세꼬시처럼
영취산 꽃불
영취산 꽃불이 타오른다
온 산을
불태우겠다고 벼르고 벼른
진달래꽃들이 무더기 모닥불을 피운다
꽃불 속에 산이 타고
하늘이 탄다
저 꽃불 속에
내 사랑도 불이 붙는다
바람을 태우는 꽃
어둠을 먹는 뱀처럼
가슴 깊이 숨겨둔 내 사랑이 꽃불로 되살아난다
이 사월에
꽃불로 피어나는 진달래꽃들
사랑의 경전 한 줄 읽을 줄 모르던
나를
심장의 붉은 피로 타오르게 만든다
내 영혼의 어둠까지 불타오르게 한다
폭풍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목숨의 불
바람을 태우고
어둠을 먹는 뱀처럼 살아오르는 불
천지사방 불티로 날리는 진달래꽃불
박무웅∙199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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