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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 신작시/선천성 면역에 관한 보고 외 1편/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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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9회 작성일 11-03-11 15:00

본문

정민나
선천성 면역에 관한 보고 외 1편


뇌의 두 돌기는 맞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백만 분의 2cm 정도 시냅스 공간이라는
간격이 있지요

마음이 명랑하면 저절로
태양과 빗소리가 저절로
구름과 꽃들도 번갈아 저절로

말이 달려요

뒤죽박죽 뒤엉켜서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때 급등 종마가 탄생되지요
악어가 점점 입을 벌리듯이
간격이 멀어지면 당신은 점점 무거워져요  

무작정 뛰어 가면 안 돼요
천둥소리에도 배팅을 하는
당신 몸속의 말들은 중독된 지 오래

검사를 한 번 해 보세요
당신 몸에 어떤 적혈구가 섞여 있는가
세포가 어떻게 판을 이루고 있는가

불안하게 휘감기는 저 운동장 마음부터 고치려면

진눈깨비 건너뛰듯
징검다리 건너뛰듯
꽃샘바람으로 놔 두는 게 좋겠어요

이 시간이 지나…… 3박 4일이 지나……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비밀을 엿보고 있는 고양이도 유리 조각의 담장을 넘어 사뿐,
4월 꽃봉오리에 착지하게 될 거예요

 

 




준호의 만화


그것은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그림

악어를 본 적도 없고 특히 이글라우로 가 보지도 못한 준호는
이글라우의 악어를 색과 선으로 이어놓는 것을 잘 합니다

배가 고플 때 아장아장 걸어서 물가에 도착한 악어
물가에서 물을 마시는 사슴을 사냥해 사뿐사뿐 뜯어먹는 악어
초롱초롱 빛나는 악어…… 악어의 이빨 사이에 끼어 꼬르륵꼬르륵
배고플 때 나는 소리로 밖을 내다보는 사슴의 눈 쌔근쌔근
숨을 거두는 소리가 식도를 지나 동그란 뱃속에 당도하는 동안

악어의 봉오리에 벌 떼들 윙윙 날아오르고
악어는 파릇파릇 새싹 돋고
악어는 화들짝 꽃을 피우고

준호는 악어를 본 적 없고
바람이 불어서 모자가 날아간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놀이터에 악어가 나타나자
아이들에게 ‘빨리 달아나’ 라고 말한 뒤
자기도 곧장 주룩주룩 도망갑니다

모자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하늘과 땅 사이

악어의 비는 잘 내리고 있습니다

게처럼 아장아장 옆으로옆으로 걸어서
우물우물 젖어서
한참을 다른 방향으로 뒤뚱거리다
용케 집으로 돌아오는 악어

준호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뿡뿡거리고 뚝딱거리며
우스꽝스러운 악어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들이 흉내 내는 말을 악어와 잘 연결합니다

정민나∙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꿈꾸는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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