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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 신작시/연잎 외 1편/안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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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57회 작성일 11-03-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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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희
연잎 외 1편


뙤약볕 아래
소류지 연잎 한 장 잘라 왔다

얼마만큼 나를 가릴 수 있을까 머리에도 올려보고
무슨 소리 있을까 귀에도 대어보고

무엇 할까 무엇 할까
하는 사이

연 잎!
그 싱싱함 사라지고
늙은 뱃가죽처럼 쭈글쭈글

뙤약볕 없는 집안에서
죽어가는
그의 시간은 너무 짧고
바라보는 나의 시간은 너무 길다

말라가는 목숨 애타게 연못으로 기우는
쨍쨍 팔월 늦더위

 

 




나는 아직 싹이 돋지 않는다


토닥토닥 한동안의 비와
말없는 빛이 수시로 다녀갔다
벤자민 화분 귀퉁이에 얻어 놓은 셋방
산수유 열매를 심어 놓고
타원형의 시간 속을 서성거렸다

무성한 그늘에서 꽃처럼 침묵이 피어나고  
콜록콜록!
기침 소리 멈추지 않는다
나는 아직 싹이 트지 않는다
오래된 백열등 이제 그만 꺼질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말이 되지 못하고
그래도 살아간다 끝이 보일 때까지

기다림이라는 씨앗이 툭 하나 터질까?
봄이 여름이 가을이 담긴 엽서 한 장 내게도 날아올까?
우주 한가운데의 텅 빈 셋방
나는 여전히 산책 중이다


안효희∙부산 출생. 1999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꽃잎 같은 새벽 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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