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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앓는 강 외 1편/남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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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56회 작성일 11-03-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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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
앓는 강 외 1편


막무가내 모래를 퍼 올리는 기계소리에 꿈이 어지럽다. 없는 무덤에서 고려장 당한 주검으로 웅크려 숨을 졸인다. 물길을 막으니 오탁에 썩어 찌든 눈언저리의 검은 그림자가 두껍다. 오랜 선잠에 샘이 끊어진 마른 눈이 쓰라리다. 인공샘물을 채우고 더듬거리며 꺼풀을 찢는다. 보일락 말락 언뜻번뜻하는 눈동자는 맑은 하늘을 담지 못 한다. 오래 하늘을 품지 못한 눈동자는 녹이 슬어 벌겋다. 인공샘물은 밑 빠진 독이다. 묻지 마 관광에 묻지 마, 미래를 저당 잡아 당겨쓰는 이 누구인가. 마침내 밑 빠진 시멘트 독에 취해 실명하니 첫 키스의 풍경을 다 잃는다. 미래가 가뭇없다.

 

 

 


벽 속에 갇힌 새


저 벽 속에 새가 갇혀 있다
하늘과 맞닿은 산봉우리를 내려와
푸른 소나무 숲을 지나
곧은 대나무 밭을 가르는
담을 넘으면
쇠창살 안에
그림자 숲이 있는
거울이 걸려 있는
저 덧칠한 벽의 덧칠 속에
새가 갇혀 있다

그림자 숲은
부자와 성공의 신화가 던지는
유혹이다.
새는 그림자 숲으로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그림자 숲을 흔든다
출금을 누른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창구에 문의하세요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메인보드의 콘덴서가
퉁퉁 분 주둥이를 내민다


남태식∙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눈을 가린 먼지를 털며
옆구리를 찌른다
모른다 안 된다
감은 눈 더 감는다
달라는 곁은 주지 않고
펼친 시장을 닫는다
닫히는 시장을 막아서며
주세요 주세요
연속으로 출금을 누른다
카드를 밀어낸다
통장은 물고 달아난다
문이 잠기고
통신 회선이 끊어진다
쏟아지던 말들은
입술을 비틀며
그림자 숲으로 숨는다
애초부터 풀 생각이 없던 말은
화석으로 굳는다
고쳐주세요 나누어 주세요
유물박물관이 우뚝 일어서
숨을 끊는다
마침내 그림자 숲에는
바람만 남는다

저 벽 속에 새가 갇혀 있다
그림자 숲을 찾아왔다가
돌아갈 길을 잃은
날개가 부러진 새가
새의 피울음이
저 덧칠한 벽의 덧칠 속에
갇혀 있다
부자와 성공의 신화로 덧칠한
그림자 숲이 있는
거울이 걸려 있는
저 벽은
새들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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