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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지상의 숟가락 하나 외 1편/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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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지상의 숟가락 하나 외 1편
1.
저렇게도 슬플 수가 있을까
세상에 밥 먹는 모습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밥 한 숟가락 떠넣는 일이
때로는 사람의 모든 것이 될 수도 있어서
한 끼 밥이 성전이고
종교가 될 수 있어서
2
밥심보다 더 믿을 만한 힘은 없어
숟가락 들 수 있는 힘만 남아 있어도
거시기를 생각한다는
남자의 밥도 결국 밥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3
애지중지 큰아들, 막내딸, 살던 집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까지
세상 모든 것 다 잊어도
이것만은 잊지 못한다고
치매의 노모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 바쳐서
숟가락을 들고 있다
마음 먹기
늦가을
내가 먹은 밥
가장 많이 먹은 밥
먹고도 안 먹은 척
은근 슬쩍 아무렇지도 않게
때로는 뱉었다가
다시 주워 먹기도 하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가장 먹기 어려운 밥 먹기
너,
이제인∙2003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 생의 무게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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