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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집 없는 마당 외 1편/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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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81회 작성일 11-03-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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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옥
집 없는 마당 외 1편


망초꽃이 총총한 빈터는 한때
침을 총알처럼 튀기며
띠알로 띠알로를 하던 아재가 살았다
안방 고구마 퉁가리에 달려 있던 팔남매 따라 
서울로 가던 무거운 발길이 돌아보던
지금은 마당이 없는 집
 
담 너머로 고개 떨군 복숭아나무
오랜 기다림으로 속까지 벌겋게 익었다
치매끼 깊어진 아재 모시고
고향 다니러 온 팔남매
복숭아나무 아래 주렁주렁하다
 
아이구 그래 너들 왔나 어매는 잘 있나
모처럼 왔는데 줄 끼 없네 이거 약 안 쳤데이
동네사람들은 밭가에 선 무 배추를 쑥쑥 뽑아주는데
무를 집어든 아재가 총 놀이를 한다
띠알로 띠알로 스러지는 잎이며
떨어지는 핏빛 열매들

되찾은 그의 영토
아제는 집 없는 마당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그


대추나무 비껴 서서
삽작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
댓잎이 바람을 몰고 오는 소리 곁에
그는 앉아 있다

아버지 떠난 뒤 어머닌 그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우체부는 생각도 없이 가끔씩
아버지 이름이 쓰인 봉투를 그에게 주고 갔는데
그때마다 숨을 죽인 채 먼 산의 바람소리만 듣고 있었다

어머닌 늘상 그에게 기대어 커피를 마시고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와 친했던 그에게
늙고 작은 몸을 맡기곤 했는데
어느 듯 그는 어머니 차지가 되었다 

그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녹아든 나뭇결 속에서
지워지는 무늬들
아버진 그에게서 잊혀진 것일까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있는 나무의자는
오늘도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정현옥∙예천 출생. 2006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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