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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그녀의 등식 외 1편/임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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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
그녀의 등식*외 1편
그녀의 주파수는 도통 맞춰지지 않아요. 빠져 나가는 채널하나 놓치지 않으려 핏발선 눈알 빛보다 빠르게 포섭할 기세예요. 삐걱이는 쇠침대 소리, 난삽한 음률로 그녀의 귓가를 드나들어요. 투신하듯 올라오는 스웨터 보푸라기, 낚아채는 그녀의 손길 파리하네요. 초인종 같은 폴더음 열리고 그녀 들어서네요. ‘나, 는, 달이에요. 엄마의 젖무덤 닮았지요. 엄마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나를 보내주세요. 코드는 꽂혀있답니다. 발신키만 눌러주세요. 링거는 엄마에게 꽂아 별들을 낳게 할 거예요. 별들을 먹어치웠거든요. 나는 곧 뜨거워질 예정이에요. 매일 밤 야금야금 부풀어 비등점에 이를 때가 되었답니다. 멀미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요. 늘 흔들리는 침대인 걸요. 모서리에 탁, 부딪칠 때나 멈춰 봤어요. 그 바람에 비밀번호가 삭제되어 누구든 나를 보네요. 곧 터질 거예요. 나, 는, 요, 다-알 ㅠ.ㅠ;;’ 문이 닫혔네요. 그녀 몇 알의 하얀 별을 한 입에 털어 넣고 말갛게 끓어오르고 있네요.
* 일본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 명.
원탁의 전설
사내는 당당한 원탁의 기사다
매일 아침 흑마를 타고
트로트 멜로디를 휘날리며 성문을 들어선다
수문장 진돗개, 개소리가 성문을 열면
공사현장은 일제히 중무장을 한 채 사열하곤 한다
원탁의 기사들 출두를 알리는 안내방송,
지적도, 설계도, 측량도를 옆에 끼고서는
검객의 후예처럼 들어서는 것이다
일대 삼백, 전투의 전설을 여전히 기억하듯
오차 없는 전략을 펼친다
척후병은 현장의 소식을 시시각각 물어오고
원탁의 기사들, 팽팽한 쇳소리에 따라
휴대폰 파발을 띄우기도 한다
민원의 난제에 부딪힌 병사들 진격하지 못하고
멀리 깃발만 실없는 바람에 펄럭인다
어디선가 실려 왔을 익명의 흙더미에
민들레가 탱글탱글 둥글게 펼쳐져 있다
사내는 멀린*을 기다리고 있다
빛의 속도로 달려와 난삽한 현장
잠시라도 번쩍 들어올려 주길 바라는 것이다
원탁은 기사들의 분비물로 흥건하다
국경 넘어온 모호한 활자체가 도圖를 넘어 확장 중이다
성문을 나설 신호, 개소리가 들려온다
* 마법사이며 예언가인 아더의 조언자.
임효빈∙2007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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