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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호박꽃 나라. 5 외 1편/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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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60회 작성일 11-03-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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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호박꽃나라․5 외 1편


호박꽃은 꽃이 아닙니다.
호박꽃이 꽃이면 다른 모든 꽃들이 꽃이 아닙니다.
호박꽃은 꽃이 아닙니다.
호박꽃이 꽃이면 꽃이라는 이름이 서럽습니다.
호박꽃은 꽃이 아닙니다.
호박꽃이 꽃이면 바람은 눈먼 장님입니다.

호박꽃은 호박이어도 그만입니다.
꽃의 이름을 떼어내도 서럽지 않습니다.
바람이 찾지 않아도 외롭지 않습니다.
모든 꽃들이 얼굴을 돌려도 밉지 않습니다.
호박꽃은 혼자 너털거려도 온종일 즐겁습니다.
호박꽃은 똥오줌 밭에서도 기세가 당당합니다.

호박꽃이 꽃이라면
부끄러운 꽃들이 사실은 많습니다.

호박꽃이 펑퍼짐한 엉덩짝으로 철퍼덕 주저앉으면
이처럼 평화로운 세상이 온 땅덩어리에 펴지는 줄 알게 됩니다.

 

 



호박꽃이야기․3


그녀의 이야기는 노란 빛깔입니다.
호박이 넝쿨채 구르던 그 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한 남자의 가슴속에 덩어리 덩어리로 들어앉은

호박덩어리만 한 달이 훌러덩 떠오른 밤에
달덩어리만 한 호박들이 때굴때굴 구르던 밤에
잠 못 이루던 그도 온밤을 넝쿨 따라 달렸다는데

비가 오는 날에도 달덩어리는 떠오릅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달덩어리는 떠오릅니다.
햇살 쏟아지는 날에 호박덩어리 여물어가듯이
달덩어리는 언제나 떠올라 얼굴을 단장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노오란 빛깔입니다.
황금빛이기도 하고 똥 빛깔이기도 합니다.
이 땅의 모든 그들의 가슴에 깊숙이 안겨 있으면서도
머나먼 우주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만
목을 매고 달려가는 그들의 신호를 읽습니다.


장종권∙198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 <가끔가끔 묻고 싶은 말>,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장편소설 <순애>. 창작소설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 본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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