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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 신작시/무릉노인정 외 1편/장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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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금
무릉노인정 외 1편
무릉노인정 앞, 햇빛이 길게 다리를 주욱 벋고 있다
따뜻한 볕에
할아버지들 등판이 따듯해지고
햇발 한 자락씩 할아버지 품속을 감싼다
손끝 발끝 데워지도록
할아버지들, 해를 끼고 누우며
해만치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던가
언제였던가
아슴한 기억이 느린 필름으로
아른아른 햇발에 풀려간다
삶의 하루치씩 노인 속의 노인이 지우듯
햇발도 느릿느릿 할아버지들 곁에 눕고
바람도 더딘 걸음으로 노인정 앞을 지나간다
뭉게구름 하늘에 둥둥 뜨듯이
우리도 언젠가 저 시절로 돌아갈 거야
할아버지들 어느새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무릉노인정
다시 내일 뵙지요,
해는 재빨리 산 쪽으로 달려간다
바톤 터치
바톤 터치!
이제 시작이다
꽃샘바람으로 달력을 넘기며
삭정이가 새순에게 얼음이 물소리에게 검정이 연두에게
없음이 있음에게
내가 너에게,
달려가 푸른 손바닥으로
탁! 마주친 소리에
일필휘지, 대지에 퍼지는 풀냄새,
봄을 뚫고 나온 신세계가
이미 바톤을 손아귀에 쥐었다
너로 인해 내 손바닥이 파랗게 물들었다.
장순금∙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햇빛 비타민> 등 5권. 동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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