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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신작시/Topoema.4외 1편/구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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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067회 작성일 11-03-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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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렬
Topoema·4 외 1편


난, 삐뚤 허공에 삼각형을 그리며 내 몸을 집어넣으려
하네 선분에 다리가 접히고 발끝이 닿아 앞으로
고꾸라지고 꼭짓점에 머리가 찔려도 난
내 몸을 구겨 넣으려 하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밖에서도 훤하건만
난 그곳을 뚫고 나아가려 하네
어느 날 내 몸보다 작게
그려지는 삼각형이 불쑥
자라나거나, 내 몸보다
작은 팔이 내 몸보다
큰 삼각형을
그려낼 때
비로소 
밖,
그 밖에 있겠네
그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보겠네
못 나올 내 그림자를 여전히 눈, 코, 귀, 입을
달고 있을 잘려버릴 내 그림자를, 그 그림자를 열매
처럼 달고 있을 나무들을, 그 발 없는 나무들을
얇은 깃털로 희롱할 새들을, 그 기하 밖 새들의
눈 속에 흐를 유심했던 저 대하大河의 분자들을,
세월이 흘러 그 삼각형의 선분들이 말라
갈대처럼 아스스해지고 돌이킬 수 없을

도형이 돼버릴 때, 난 저 편에
머물겠네 파타고니아행
아스팔트 위, 하나
점點으로

 

 

 

 

 


나무와 김 선생, 나


머리에서 나무가 솟는다
엉겁결에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가린다
맞은 편 김 선생, 눈치 채질 못하는지
묵묵히 밥을 먹는다
솔솔 흙냄새가 난다
김 선생, 여전히 눈치를 못 채는지
단무지를 살짝 깨문다
왼손바닥 바깥으로 나무가 삐죽 가지를 내민다
난 오른손바닥으로 구겨 넣으려한다
눈치를 못 채는 김 선생,
나에게 입맛이 없냐고 묻는다
나무에 싹이 트기 시작한다
난 간지러워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김 선생의 눈동자에 나무가 비친다
입을 오물거릴 적마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난 숟가락을 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어디 아프냐고 김 선생, 걱정한다
난 열려진 문으로 새들이 날아들까 불안해 한다
풍성해진 나무를 구겨 넣는다
나무는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한다
―커피 한 잔 하고 가시지……
식당 주인은 나무를 궁금해 하질 않는다

김 선생은 단무지 하나를 온전히 못 먹는다
나무는 가지를 뻗어 식당 문을 놓질 않는다
식당주인은 ―안녕히 가세요
나무를 모른 척해 준다
밖으로 나오자, 거리의 사람들 인사를 한다
나무도 인사를 하니 내가 물구나무 서버린다
새들이 돌아와 나무의 뿌리 속을 파고든다
나무의 머리 위에 낙엽이 쌓이고
김 선생의 아랫도리, 나무가 되지 않는다
네온 불 켜지고 길 건너 목욕탕 간판이 밝아진다
김 선생은 가로수가 못 되고, 난 여탕으로 들어가려 하고
나무는 남탕으로 들어가려 한다


구광렬∙1986년 멕시코 문예지 ≪El Punto(점)≫과 ≪La tinta seca(마른 잉크)≫를 통해 멕시코 및 중남미 문단에 등단. 국내에선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 UNAM 동인상, 멕시코 문협 특별상, 브라질 ALPAS ⅩⅪ 라틴시인상 등 수상. 멕시코 국립대 문학대학원 연구교수. 스페인어 시집 <La nieve>, <El espejo vacío>, <La tierra más alta que el cielo>, <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Letras de Babel>. 시집 <불맛>,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자해하는 원숭이>, <밥벌레가 쓴 시>. 기타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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