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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2010년 여름호) 신작시/나를 먹어다오 외 1편/최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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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6회 작성일 11-03-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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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
나를 먹어다오 외 1편


날벌레들아 들어라 그리고 땅 속을 기는
숫한 미생물들아 들어다오
벌써 오래 전에 나의 친족들이
내가 죽으면 묻을 무덤을 마련해 놓았단다
나를 관 속에 가두어 놓으려고,
물론 슬픔도 나의 친족이긴 하지만
이건 슬픈 것만은 아니란다
인간들은 모른다, 자신이
무엇보다 죽음에 능숙하다는 것을
보아라 인간이, 죽음 외에
완성해 놓은 것이 무엇이냐
날벌레들아 그리고 두더지 지렁이들아
너희는 나의 주식을 사야 한다
나에게 살아 있게 한 것은 너희들이니
나를 나누어 먹으라!
나를 너희들의 식탁에 올려놓고
제발! 서로 먹겠다고 다투지는 말아라
그건 인간이나 하는 짓, 인간이나 하는 짓.
나를 포식하라 살아있는 동안의 나는
온갖 허구와 관념의, 헛것들의 먹이였다
그들이 먹고 남은 나를
비로소 참된 존재! 너희들이 먹어다오
그러면 이 대지가 온 흙이

나의 죽음에 응답하리라
나를 되돌려 주어라, 이 세계에
비록 인간이 죽음에만 능숙한 존재일지라도
어쩌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소모하고 낭비하여 너희들에게 주기 위한 것이다

 

 

 


나비

나비는 혼령처럼 날아다닌다.
나비를 보면 어지러운 사람이 있는데 그를,
이미 죽음이 슬슬 굽기 시작한 것이리라.

나비를 보고도 어지럽지가 않다면 그는
자연을 보고도 기쁘지 아니한 사람으로,
참으로 불행한 사람인 것이다.
나비는 그를 데리러 왔다

우리가 말하기를 물이 흐른다고 하나
물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는 것이다
나비야말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세월도, 시간도 나비처럼 흐를 수는 없다.

오늘은 그 나비가 고속버스 앞창에 안겨 가고 있다.
나비는 고속버스 기사가 어지러울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대로 부산까지 직행이다.


최종천∙ 1986 ≪세계의 문학≫, 1988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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