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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입춘-우수-경칩 외/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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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입춘-우수-경칩 외 1편
‘입춘-우수-경칩’
‘입춘-우수-경칩’
새들 계속 노래 부르고
‘입춘-우수-경칩’
‘입춘-우수-경칩’
봄바람 계속 반주 울려대자
사라졌던 풀포기들 나타난다
겨울동안 사라졌던 풀싹들
아- 다시 나타난다
골짜기 양지 바른 곳마다
수리산 봄바람
묘향아파트에서 상연사로 가는 길은
차도도 있고 오솔길도 있고
새로 닦은 산책로도 있지만 구태여
길 아닌 길로 가는 것은 봄바람이다
공연히 심란해
마른 풀포기 툭툭 건들며
부서진 낙엽 탁탁 차며
어슬렁 거슬렁 오르다가
부풀어 오른 흙-둔덕 갈라진 틈을 보면
발길 멈추고 오래 바라본다
“녀석들도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 중얼대며
잠시 후 낡은 갈잎방석 위에 앉아
쉬고 있노라면 조금 전에 보았던
흙 둔덕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한가운데 약간 벌어진 틈 사이로
무엇이 보였던 것도 같다
갑자기 밑이 편치 않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흙방석 밑엔
나를 올려다보는 자 있는 지도 모른다
혀를 날름대며 눈을 껌벅이며
호기 찬 눈으로 나의 그곳을
올려다보는 자 있는 지도 모른다
그 호기심 아직은 이빨도 없고 독도 없고
그저 봄바람 봄바람 같은 것이겠지만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앉았던 자리를 힘껏 걷어찬다
아무것도 없다. 허- 허공이 웃는다
김동호∙1934 충북 괴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다>, <꽃>, <피뢰침 숲 속에서>, <詩山 일기>, <老子의 산>, <나는 네가 좋다>, <壺壺의 집>, <나의 뮤즈에게>, <오현금>. 성균문학상 수상.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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