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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조등 외 1편/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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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조등 외 1편
1.
나뭇잎도 열매도
떠나보낸
감나무
빗속에도
꺼지지 않는
조등 하나
남겨 두었다
2.
오늘은
또 어느 별이 영면하셨나
하늘에
조등 하나 걸려 있다
눈물 글썽글썽한
문상객들
날이 밝자
다들 돌아간다
인문대, 담쟁이넝쿨
이순을 넘긴 지도
오래 됐지
밑동이 저리 굵어진 것을 보면
머리에 든
생각이 만만치 않겠지
아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리
어디
인문학뿐이겠는가,
주변 학문은 물론 생로병사를
다 통달하였으리
적벽돌에 몸으로 써 놓은
저 많은 문자들,
저걸 다 해독하려면
나의 한 생으로도 가당치 않으리
누구든
말로 가르치지 않고
몸으로 보여준 저 정신을
이제야 깨닫다니
저 튼튼한 밑동으로
다다르지 못할 사유는 없겠지
김재석∙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까마귀>, <샤롯데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 <기념사진>, <헤밍웨이>, <달에게 보내는 연서>, <백련사 앞마당의 백일홍을> 등. 목포마리아회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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