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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자두나무 기억 외 1편/윤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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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79회 작성일 10-08-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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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춘
자두나무 기억 외 1편


자두나무 열매가
빨갛게 매달린 모습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흘렀다
마음을 익히기엔 서로 먼 시절
기억 속에 뿌리박은 가지는 깊어졌다
남쪽 어디 농원에 살고 있다는 그가
저장해 놓았던 내 번호
서로의 자두나무를 가꾸며
매년 그 기억 속을 떠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기억을 키우며 저장했던 그
눈부신 햇볕 아래 찡그린 시선 속에  
기약 없는 그 이름이 휴대폰에 떴다
자두에 무심해져 오래된 이름
시름어린 표정이 뇌리를 스쳐갔다
언젠가 늦자두라며
파란 뽕잎에 담아 한 상자 보냈던 그가
먼 세상으로 떠났다는 전갈을 보내다니
전송된 전화문자는 무심했다
아직 살아있는 순간 문자는 기억의 임무를 다했다
남아있는 자두는 익어가며
순간순간 붉은 눈망울들을 부풀릴 것이다
시큼한 마음의 기억들을 모른 체






인도의 밤기차


대형버스가 우리를 역 앞에 내려주고 나니
빨간 옷을 입은 남자들이 여럿 다가와 둘러싸는데
나무가지처럼 마른 검은 다리가 낡은 바지 사이로 비치는데
무거운 여행가방을 머리에 두 개나 올리고 양 어깨에 하나씩 걸치고
한 남자가 네 개의 가방을 들어
기차역 안 우리번호가 있는 칸 앞까지 가져다주는데
우린 새가슴이 되어 따라가며 미안하기만 할 뿐인데
그들의 벌이를 빼앗지 말란다,
품삯을 받은 그들도 다 가버리고
몇 시간이나 연착되는 인도 부사발*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도시락을 사서 까먹는데
낯선 음식을 우물우물 먹는 우리 일행을 보고
다른 인도인들이 슬금슬금 웃으며 쳐다보는데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컴컴한 어둠이 우리를 감싸도록
떠들썩하게 오가는 사람 쳐다보며
두세 시간을 기다렸는데
인도의 겨울안개는 유명하여서
기차도 천천히 안개로 다가오느라
아직도 어디쯤 오는지 알 수가 없다고,

*아잔타석굴에서 가장 가까운 역, 북부 아그라로 가는 역.

임재춘∙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된 소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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