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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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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시집
<고장 난 아침>
애지
2009년 11월 12일 발행
값 9,000원
경기 고양에서 출생했으며, 1996년 <경인일보>, 1997년<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를 펴내고,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을 낸 바 있는 박남희 시인의 새 시집이다.
요즘에는
아파트 딱지 한 장 얻긷 힘든 세상이지만
한때는 내 호주머니 속에 딱지가 그득했다
그때는 딱지를 접으면
5.16 쿠데타도, 삼선 개헌도 쉽게 접혔다
딱지를 접어서 한방 내리치면
무소불위의 독재정권도 쉽게 뒤집혔다
내 손에 넘어간 딱지를 펴보면
딱지 속에는 비밀이 없었다
딱지는 종이의 두께와 크기가 관건이라는 것을
꼬맹이들은 누구나 잘 알았다」
나는 내 손에 쉽게 넘어간 독재권력과
영화포스터의 누드를 겹쳐서
더욱 두꺼운 딱지를 만들었다
튼튼한 딱지 제국을 건설했다
나는 겁 없는 갑부였다
세상의 온갖 비리와 소문이 딱지로 접혀서
내 바지 속에서 두둑했다
―「딱지」
(시집 <고장 난 아침> 중에서)
동시영 시집
<신이 걸어주는 전화>
시학
2009년 10월 30일 발행
값 10,000원
충북 괴산에서 출생, 2003년 ≪다층≫으로 등단하여 시집 <미래사냥>, <낯선 神을 찾아서> 등을 낸 동시영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나무가 새의 그네인가 했더니
날아간 새가
나무의 그네였네
―「나무와 새」
(시집 <신이 걸어주는 전화> 중에서)
홍승주 시집
<내 몸을 건너는 만월>
애지
2009년 12월 24일 발행
값 8,000원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홍승주 시인의 첫 시집이 나왔다.
꽃밭 한가운데 누군가 던진
검은 구두 한 짝
비스듬히 닳은 뒷굽 아리
봉숭아 꽃모가지들이 꺾여 있다
꽃핀, 고요의 한낮이 깨져 있다
사방으로 번진 파문
금이 간 꽃대들이 바람에 휘청인다
깨진 꽃밭을 물고
개미들이 끈 풀린 구두 속으로 들어간다
붉은 꽃그늘이
풀벌레 울음이 구두 속에 번진다
햇빛에 구두 속 꽃밭이
한순가 프리즘처럼 번쩍인다
언젠가 들여다본 너의 구두 속이 저러했었다
수련이 뚫고 나온 겹겹의 수면들이
그 깨진 물 주름 속의 떨림들이
잠깐 동아 환하게 출렁이던
너의 밑자리
그 속에 내 발을 겹쳐 보다가 번지던,
파문
―「파문」
(시집 <내 몸을 건너는 만월> 중에서)
이귀영 시집
<그린마일>
현대시
2009년 11월 25일 발행
값 7,000원
부산에서 출생하여 1998년 ≪현대시≫로 등단하여 시집 <달리의 눈물>을 낸 바 있는 이귀영 시인의 새 시집이다.
나를 압축해서
손바닥에 보일 수 있다면
울음, 눈물이리라
이생의 기쁨도
이생의 설움도
모든 빛을 굴절시키는 짜디짠 한 방울
그 생生
때론 뜨거원 데일 듯하다가
때론 정으로 얼음을 깨듯
가슴을 깨는 듯하다가
빈손에 놓인 나의 우주
그 생生 바라보면
나는 모든 칼날을 기억한다
태양의 끝없는 열도를
수없이 잘라내는 밤의 냉혹함을 다 머금은
캐럿 다이아몬드
한 방울
―「금강석」
(시집 <그린마일> 중에서)
정진경 시집
<잔혹한 연애사>
북인
2009년 12월 24일 발행
값 7,000원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2003년 시집 <얄타미라 벽화>를 발간한 바 있는 정진경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한 끼 식사로 포도를 먹었는데
포도나무 질긴 욕망이 뻗어 나와 트림을 내뱉는다
어제 먹은 흑돼지 게으른 근성이
삼겹의 복부에 드러누워
질긴 목숨을 재촉하는 트림 소리를 듣는다
삶을 지속시키려는 나의 집착과
존재의 당위성을 달리려는 포도나무 집착이
소화장애를 일으킨다
예전에도 어린 생선을 먹은 후에
내 몸에 적조가 생기고, 플랑크톤이 죽어 나왔었다
음화를 온몸에 그려내던 알레르기는
생선이 놓지 못한 집착이었다
늙어갈 생명의 권리를 먹은
내 죄의 대가 對價였다
수많은 존재들을 묻은 내 몸에
봉긋한 무덤이 가득하다
―「집착」
(시집 <잔혹한 연애사> 중에서)
권도중 시집
<낮은 직선>
책만드는집
2010년 1월 22일 발행
값 8,000원
197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이 있는 권도중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그림자 없는 강은 뜻 없이 야위었네
꽃아 꽃아 삼천 꽃아 백마강 낙화암아
꽃 지면 망울이 있다 허공에 어린 옛사람
흰옷의 백성을 충절로 밟은 왕조
황산벌 피울음은 흙이 다 받았다
그 죄를 붇고픈 바람 가고 구름 오네
누구가 저 들판에 불을 지르랴
누구가 저 바람에 집을 지으랴
애달픈 큰 절을 지어 울음절 하랴
깊은 잠 강바닥에 왕의 목을 벤다
비로소 깨어날 꽃을 위하여
벌판을 태우며 오는 멀리 바람을 본다
―「비로소 깨어날 꽃을 위하여」
(시집 <낮은 직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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