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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저녁에 문득 외 1편/진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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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94회 작성일 10-08-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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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령
저녁에 문득 외 1편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수
쿠비 포라 지역
큰 거북 화석 이백만 년
나일 악어 알 화석 삼백만 년
파충류도 몇 백만 년 전의 흔적을 남기는 데
내가 세상에 왔다 간 걸 누가 알기나 한다고
찰나에 살면서 너무 많은 걸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존재

그리고 당신 낙타풀 같은,
가시투성이라 낙타 외에는
아무도 안 먹는 사막 식물
내게 너무 야박한 거 아녀
좀 살가우면 접촉성 피부염이라도 도지는 지
소가 닭 보듯 개구리가 벼멸구 보듯
우린 서로에게 없는 사람들

가브라족族 내 영혼
낙타 등에 세간살이를 몽땅 싣고 떠도는 부족
뉴타운이 뭔지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는데
맹수는 배부르면 먹이가 곁에 있어도
안 잡아먹는데
탐욕 때문에 아버지도 살해하는
인간이라는 짐승

 

 

 



봄. 안부


하필이면 병원 앞에서 그를 만났네
잘 있었냐고 코끝으로 묻는 그대
내가 잘 있어 보이는가
처방전을 뒤집어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 적네
안부조차 어눌이 깊어 자꾸 혀를 깨물고
모든 내장의 분비물이 까치발을 들고
일제히 역류하네
기억들이 욱신거리네

그대가 떠난 후 여름 내 앓았지
마음에도 발을 내리고
비몽인지 사몽인지 모를
실어의 날들을 얕은 잠에 기댔네
나 한때 그대라는 맹목에 눈이 먼
청맹이었으므로 대낮에도
벽을 더듬어야 했네
그대가 디뎠던 마음자리마다 멍이 깊네

처방전을 내미는 사이
산발한 저녁이 바튼 기침을 해대고
봄이라는데 눈 닿는 모든 곳엔
아득한 눈발
한쪽은 병의 사유고
다른 쪽은 병의 치료서이니
내 병력이 앞뒤로 빼곡하네


진해령∙2002년 ≪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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