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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적들의 꽃밭 외 1편/노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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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수
적들의 꽃밭 외 1편
그녀의 비밀이 풍선처럼 터졌다 그 비밀 이미 차갑고 아픈데, 너무 많은 희고 검은 바람의 눈동자들 우우우 달려든다 변명할 때마다 귀가 솔깃한 바람, 궁지에 몰릴수록 치졸해지고 잔인한 그녀의 비밀은 이제 꽃밭이다 입을 묻어버린 꽃밭엔 진드기들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시퍼런 말에 베인 살이 아프고 짓밟힌 꽃밭이 운다 대응할 수 없는 저 철저한 참견들 그냥 낮게 엎드려 물끄러미 바라본다 새벽 별빛 옅어지듯 풍문 간간히 일고, 또 다시 패랭이꽃이 핀다 적들의 꽃도 핀다
오래된 배냇힘
구석진 곳 진달래 분재, 깊은 잠속에서 깨어나 온몸 세워 일어선다 미라 같이 바싹 마른 검은 몸, 초록 배냇힘으로 싹 틔우고 있다 여리고 환한 몸꽃 피우고 있다 그 새순 가만가만 물 계단 오르고 있다 하도 어여뻐 반반한 자리 골라 곱게 앉혀놓는다 벌 한 마리 날아오고 꽃 피고 지고 내 몸도 자꾸 가렵다
노현수∙2009년 ≪다층≫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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