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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2010년/봄) 신작시/밤꽃 향기 흩날린다 외 1편/천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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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36회 작성일 10-08-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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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선
밤꽃 향기 흩날린다 외 1편


오색 빛 찬란한 구름 속으로
밤꽃 향기, 흰 나비 떼처럼 날아오른다.
패션쇼를 하는 모델처럼
하늘은 여러 벌의 옷을 갖고 있다.
화려한 무대를 누비고 퇴장하는 구름 뒤로
어둠이 손뼉을 치며 따라 나선다.

사내는 땀에 절인 낡은 작업복 속에
피우다 만 꽁초를 꺼내
입에 물고 서성인다. 메케한 연기가
목구멍에 걸려 다시 입으로 나온다.
담배연기는 구름 이부자리를 펼쳐 놓은
하늘로 머리를 풀고 올라간다.

땅에 있는 것들은 모두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꿈꾼다. 사내도
앙상한 어깨에 날개가 돋으면
하늘로 올라가 깊은 잠부터 청하고 싶으리라.
밤꽃 향기 배부르게 먹고
마술에 빠진 천년바위가 되고 싶으리라.    

이른 잠에 들어간 하늘
구름 이불 위에 아기별 숭덩숭덩 빠트려 놓는다.
고개 넘어 아기별 보러 온 달님
사내를 보고 방그레 웃는다.
한 알도 뿌리내리지 못한 사내의 씨앗
지린 바지 속에서 꿈틀거린다.



 


장미 한 송이


너의 가녀린 몸 투명 비닐에 감싸 안고
장대비 쏟아지는 거리를 무작정 걷는다
너를 두 손으로 떠받들었지만
한 송이 꽃은 내 마음처럼 무겁다.
산중처럼 첩첩히 들러 쌓인 꽃잎
할 말 많은 내 마음 같으나
너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비를 막아주는 우산보다 아무 말 없이
함께 비를 맞아주는 네가 필요하다

땅바닥에 홀로 남겨진 너를
우주처럼 떠받들고 지그시 바라본다.
비닐 옷 벗고 흠뻑 젖어 울고 있다가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네가 좋다.
벼랑에 부딪칠 때마다
꽃잎 속에 숨긴 가시로 내 몸을 찌른다
가시를 숨기고 있는 네 마음까지 사랑하리라
안개꽃 피워 너를 감싸 안는다.
너는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다.


천화선∙200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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