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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9/겨울)/신작시/불놀이 외 1편/박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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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현
불놀이 외 1편
병실의 마른나무 정리한다는 소식
굳이 모이라는 뜻 아니어도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
장작으로 쓸 만하다는 걸 눈치로 알았다
수습해야만 하는 손들이
보기 좋게 다듬고 세마포를 둘렀다
가다 되돌아오는 일 없게
아주 잊으라는 말도 곁들여
살던 집 한 바퀴 돌아 나왔다
승화원 아궁이에 관을 밀어 넣고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었다
나무의 치미는 생애
새록새록 기억해야 하는 이들 목청을 높였다
독경소리가 커질수록
불은 벽 저 쪽에서 숨 죽였다
전쟁이었다
앙다물어도 새나오는 신음과 불화로의 침묵
승리는 뻔했다, 무저항은
남은 얼굴들을 붉게 물들였다
단지 안에 잦아든 이모가 말했다
불만 없지?
거실을 넓힌다는 것
집안의 중심 돌아보는 공사,
풀벌레 잠든 후까지 깨어있게 되고서야
마음 고쳐먹게 되었다
각을 세운 벽
물러설 때도 다가설 때도
발끝에 걸리곤 했다
품을 수 있는 깊이 높이와 너비를 찾아
벽을 깨부수고
창을 키웠다
한쪽 가슴만 내어주던 하늘이
천정까지 충만하게 들어찼다
언덕배기 허리 휜 오동나무
한숨 돌리며 쉬어 가게 되었다
비로소 균형,
치우치곤 하던 동공 자리를 잡았다
거실의 보수
묵은 의자를 치우고 바닥에 앉는 일이다
이 방 저 방, 다양한 개성을 향해
마음을 트는
박하현∙2006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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