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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9/겨울)/신작시/낚시 외 1편/박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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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43회 작성일 09-12-2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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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식
낚시 외 1편


뻐기고 우기다 한 소리 들었지
―사내 속이 그렇게 짜잔 해서 뭣 한다요

잔챙이는 찌 놀림이 촐싹대지만
대물은 고요하지

옳은 소리 무시한 척 내숭 떨다
기다리는 거야 찌가 고요 할 때까지
좁은 속 늘리고 늘려 고요해 지는 거야

큰 고기는 관상어가 아니지
바늘이 녹슬면 부러지고 줄이 약하면 터지지
산란을 하고 지느러미가 물살 만들어야 강이 사는 거야

통 큰 아내가 기타 소리를 물고
호이호이 강 속으로 낚싯대 끌고 가지
놀란 나는 화들짝 부여잡고

잔고기들 뒤에서 아가미 벌름거리며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고 내가 하잔 대로만 허시오

잔챙이는 금방 끌려오지만
대물은 강을 흔들며 나오지

줄을 톡톡 건드리며
아내는 커다란 비늘에 광택을 내고 있지

 

 

 


술래야 술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세 번 말하고 나면 전화 끊으세요
또박또박 습관적으로 조작하는 간호사
송신되지 않는 전화기에
억지 신호음만 들이민다
세 번 피었다 지는 놓을 수 없는 끈
밤마다 거짓말쟁이 전화선을 따라
무궁화 꽃잎 스치는 바람이 숨을 곳 찾는다
노인요양원 2층,
길게 늘인 목이
어느새 적색신호등 스위치를 잡는다
무궁화 꽃 피기 전에
아이들을 더듬어보지만  
어디만큼 있을까  
우울한 전등이 침대 밑으로 기어들고
눈 가린 손가락 사이 꽃잎이 도리질 치는데
자밤자밤 살피는 눈동자
점점 사팔뜨기가 되어 가고
어둠만 뒤지고 있는 굽어진 허리에
하나 둘 꽃망울이 나온다
꽃이 피지 않기를 바라는 녹슨 눈빛,
저 혼자서 삐걱삐걱 술래잡기 하고 있다



박응식∙2009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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