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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9/겨울)/신작시/귀를 사랑하여 외 1편/최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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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일
귀를 사랑하여 외 1편
낯선 널 여는 문고리인 줄 알고
말 부으며 혀 내밀다가
영하 삼십일 도의 언 쇠붙이에 끌리듯
혀끝이 착 귓바퀴에 들러붙고 말았다
촉수가 잡혀 말 튕겨내지도
귀 핥지도 못하는 혀
살살 떼어보려 하지만 끝 아리는 혀
닿기도 전에
광대뼈에서 얼어버리는 눈물
급랭한 물고기처럼 생혀가 터질 듯하여
널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이 될 수 없는 입김을 뿜어내며
녹여달라 하지만
넌 살짝 웃음만 흘린다, 대리석처럼
혀 뒤틀릴 때까지, 넌 대체 누구며
왜 열리지 않는 네 앞에 난 무릎을 꿇고 있나,
말 대신 침 흘리나
너에게로 이르지도 못한다
칼날처럼 하얀 네 귀에
내 생살을 날인해야 할
혀 빠져 죽느니
저물녘
미루나무 세 그루
강물에 긴 그림자를 눕히고
흰 새 아홉 마리
높은음자리로 날아갈 때
잡았던 손 놓고
꼭 껴안은 두 사람
바람에 헝클어지는 머리카락 머리카락……
최동일∙2009년 ≪서정과현실≫로 등단.
추천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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