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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2009/겨울)/신작시/자화상 외 1편/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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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자화상 외 1편
병원 복도에서
오랫동안 잊었던
친구를 만났다
서로가 손인사를 했지만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긴 세월 힘겹게 건너 온 탓인지
마른 고추 같은 얼굴이
가을 이슬처럼 서려있다
잡은 손 얼결에 놓고
내려오는 에리베이터 안
작은 거울 속에
마른 대추 같은 얼굴
하나가
한겨울 서릿발처럼
서려있다
뒤돌아보기는 너무 쉽다
낮에 비친 수은등에
샛바람
갈바람
마파람
높바람
징검다리 건너서
지리산 문수골 석불처럼
햇살도 퇴화한 노송老松의 귓불에도
섬진강 강물 위에도
……
둥근달은 찰랑인다
박정규∙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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