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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시간은 피안이 없는 강이다 외 1편/박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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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13회 작성일 09-12-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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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연
시간은 피안이 없는 강이다 외 1편


샤갈의 그림은 피안이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가 첼로를 연주하고
사랑을 하는 동안
시간은 멈추고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샤갈의 그림은 혼란이다
도살장을 빠져나온 염소가 속눈썹을 달고
시간을 잠근 괘종시계가 공중으로 치솟아
강물은 거꾸로 흘러내린다

이 세기에는 혼란이 피안이다
생물도감의 역순으로 꽃이 피고
불면의 인문학은 라 뤼슈*로 끌려가 수감 중이다
수인번호 ‘삭은 꿈’의 미래안

새는 날아 공중에 오르고
맑은 강물이 시종 흘러
일급수의 물고기가 사는 세상
단지 그런 세상

피와 살이 온전하게 휘돌아
귀가 밝아 안경 없이도 풍경을 보는 일
단지 그런 세상

사소함에 목을 매는

오, 늙고 병든 차안이여
안쓰러운 삭은 꿈을 향해
네 등을 향해 암살의 총구를 겨누며
탕!
슬픈 피안이여
탕!

* 몽파르나스의 도살장 언저리에 있던 벌집처럼 생긴 가난한 화가들의 작업실.

 

 

 


묵청의 님


거북이 구애를 할 때는
등껍질이 부서져라 팡팡 부딪친단다
기린은 목이 마를 때
가랑이 쫙 벌려 몸을 낮추고 물을 마신단다
웃음은 허기의 가장이다
잘난 척 혼자 다해도  변방의 시선은 중앙이다
함박눈 쏟아지는 만해마을에서
모처럼 단체로 집 나와, 조반 지을 시각에
빈속에 깔깔대는 아침 산책길
개그의 강도를 높여가며
안간힘으로 쓸쓸함을 감추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새벽 눈길에 발자국을 찍다가
눈모자를 쓰고 들어서는 만해선사를 보다가
흘려 쓴 ‘님의 침묵’을 거꾸로 흘려
‘묵청의 님’으로 읽다가
장난치다가
기어이 숙연해지고 말았는데
묵청의 님
나의 소리치는 묵언을 듣는 님이여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번 생은 수정할 수 없어
헛디딘 마음의 블랙홀에서 사라지고 싶었네


박재연∙2004년 ≪강원작가≫로 등단. 시집 <쾌락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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