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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사막의 꽃 외 1편/최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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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01회 작성일 09-12-2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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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란
사막의 꽃 외 1편


열병을 앓은 후로 내 안의 바람이 달라지고 있다
심장 쪽 더워지는 바람
낮 동안 모든 걸 태워버릴 듯 뜨거웠다가
밤에는 꽁꽁 얼기를 반복한다
결국 부서져 모래가 되는 아침엔
허술히 날아간 것은 궁금해 하지 않으리

대신 그 몸에서 물 얻는 법 알게 되는
나는 북아메리카 선인장이 된다

오래 울어 목이 발갛게 부어오르면
그때마다 큰 잎 떨어뜨려 강한 가시가 된다
더 가혹한 바이러스가 침범하기 전에
재빨리 자라고 재빨리 꽃 피워야 해
이것 봐, 나는 덜덜 떨지만 잘 적응하고 있어

바람의 흐름에 꿈틀꿈틀 그런데 대체, 우기는 언제 오는 건가

 

 

 


가는 봄날


밤새 잠을 설쳤더니 두 눈이 빠알갛네요
당신이 이기기 위한 먼 길 떠났다는 소식에
어둠 속에 눕힌 몸 가만히 움직여 보는데
슬픔이 한 잎으로 와서
함께 눕자 하네요

어쩌면 지나가는 풍문이 아닐까 해보지만
참…… 막막하네요
나쁜 누가 건드렸는지 허리가 툭, 꺾인
당신께 묻고 싶네요
너무 슬퍼하지 마라 했지만
목청껏 울어도 될까요
남아있는 나의 작은 용기는
깜깜한 벽을 향해 욕을 하는 것입니다

오월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가 많은 이 땅*
또 하나의 봄꽃이
숭얼숭얼 처연하게 지고 있네요
하지만 사랑하는 당신,
꽃이 졌다고 나무가 죽은 건 아니겠지요
더 크고 곧은 나무가 되는 거지요
천 년의 희망 더 붉게 피어나고
가장 아름다운 사랑하는 당신,

그 때 먼 길 돌아 다시 오겠지요


* 도종환의 「오월 편지」 중에서.

최향란∙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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