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36호(2009/겨울)/신작시/꽃과 열매의 거리 외 1편/윤영애
페이지 정보

본문
윤영애
꽃과 열매의 거리 외 1편
꽃은,
태양을 향해 가랑이 벌렸지
가지 사이로 도화향 하르르 흘리는,
애달아 부풀은 꽃술을
끈적한 바람의 입술이 핥고
활, 열린 꽃잎 속을
벌의 날개가 분탕질 하며
꽃가루 난분분한 풍문 속을 날 때도
봄날은 속절없이 갔었지
태양은,
자연으로 돌아가려
허공에 밧줄을 걸고
가녀린 모가지를 비틀은
싸늘한 꽃잎에 코를 박았지
마른 향기로 흩어지는 너의 시취를
붉은 노을로 토할 때도
봄날은 하염없이 갔었지
열매가 되고 싶었던, 꽃은
실금이 자라나다․2
태풍 갈매기가 daum 바다로 북상중이다
수 만 마리의 갈매기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하자
태양은 핏물 빠진 한낱 살덩이
굶주린 갈매기가 꼬리에 꼬리를 이어 몰려와
날카로운 부리로 물컹한 살점을 뜯어 먹는다
쨍―, 유리창에 파다한 실금이 빠르게 번진다
오늘이 짐승의 수피를 뒤집어쓴 채
어제의 숲으로 들어가고 내일은 얼굴도 모르는
어미의 심장을 찢고 나온 금빛 까마귀이다
막막한 어둠의 눈동자에 갇혀 비칠대는,
사정없이 몰아치는 폭풍우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참혹한 두려움에 차라리 눈을 감고
살얼음, 유리의 바다로 들어가
뜨거운 울음의 목을 쳐 피울음을 쏟는다
수상한 카더라에 발목 찍힌 오늘이
푸줏간의 갈쿠리에 꿰여 핏물을 뚝…… 뚝 흘린다
바다의 눈, 고요하다
윤영애∙2005년 ≪문예연구≫로 등단.
추천57
- 이전글36호(2009/겨울)/신작시/리폼 외 1편/김문주 09.12.21
- 다음글36호(2009/겨울)/신작시/소슬꽃문을 짜는 외 1편/김예강 09.12.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