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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책을 읽는 여자 외 1편/하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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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83회 작성일 09-12-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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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두자
책을 읽는 여자 외 1편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열차 293호 C칸*에서 
한 여자가 고개를 수그린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차창으로 나무들이 얼굴을 매달린 채 뛰어가고 있었다
책갈피 사이사이로 기적소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자의 모자에서 노을이 스며들고 있었다
벽에 달린 작은 등이 여자의 어깨에 환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책을 내려놓자 벨벳의자에 붙어 있던 책이 
원피스 끝자락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의자 밑으로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있었다 
여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자 유리문에 시계가 떨어지고 있었다 
차창으로 검은 휘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림자와 노을이 밀려나가고 허공만이 가득 찼다


* 에드워드 호피 1938년작. 「제 293호 차량 C칸」, 캔퍼스 유치 50.8 X 45.7.





버터플라이


나는 두렵습니다
내 팔을 꺼내 줄래요
손목을 잡아채자 별들이 노란 즙을 짜고 있었어요

말라붙어 있는 달콤하지만도 않았던 입맛들
풀석풀석 안개 저 편
다 잊어버렸어요 증발해버렸어요

해일이 커다란 벽처럼 걸어오고 있어요
눈시울 적신 수평선이 뒤따라 오네요
찻잔에 오래오래 커피가 고여 있으니까요
별처럼 흩어진 설탕가루를 뿌려주세요
주름진 어깨를 펴 주세요
반짝이는 물비늘을 달아 주고 싶었어요
깃발을 뽑아 주세요

웅크린 파도가 입술을 벌리네요 
밥알처럼 미끄덩거리던 
내 노래 가져가도 좋아요
팔다리를 빨아당기며 날아가는
버터플라이
잡힌 것도 모르고 자꾸만 달아나는
버터플라이

당신과 내가 익사한 문쪽으로 
몸을 뒤집고
다시 뛰어 내려봐요

아침엔 창문을 열지 마세요


하두자∙1998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물수제비 뜨는 호수, 물의 집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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