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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권두칼럼/장종권/그럭저럭 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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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15회 작성일 20-01-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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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권두칼럼/장종권/그럭저럭 사는 세상을 위하여


장종권


그럭저럭 사는 세상을 위하여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 가는 것이 맞는지, 혹은 의미가 있는지, 혹은 가치가 있는지, 혹은 태어난 값을 하게 되는지, 알 수는 없다. 여러 성현들이나 석학들의 좋은 말씀들이 이리저리 많은지라 이를 다 들어볼 수는 없어 최소한 몇 분의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봐도 얼추 비슷비슷해서 이해가 가기는 하는데 도무지 그렇게 받아들여도 그렇게 살아내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 보인다. 말씀대로 생각하고 말씀대로 행동하고 말씀대로 자기관리를 하면서 말씀대로 꿈을 꾸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 보인다. 어제는 이 말씀이 옳아보이고 오늘은 저 말씀이 옳아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따라 할 수 있는 말씀이 아니니 생각이 바뀌어도 어쩔 수는 없다. 아마도 내일은 또 다른 분의 좋은 말씀을 들으면 생각도 따라 그 분 말씀대로 바뀔지 모른다. 어떻게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이미 제대로 살아내기는 힘든 일이 아닐까.


남의 좋은 생각을 들여다보고 배우면서 따라해 보려는 마음은 그나마 좀 나아 보인다. 그러자면 좋은 말씀이나 좋은 책이나 좋은 생각 등을 쫓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도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생각에 빠질 수조차 없으리만치 생활에 쫓기다 보면 여유가 없어지게 되고 그 말씀들에 접근이 어려워진다. 어떤 이는 이를 게으름 탓이라 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인간의 발전에 혹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를 계속하지 않으면 결국 사고는 현재 상태에서 머물게 되고, 그것은 머지않아 고정관념이나 자기만의 주장 속에 스스로를 밀어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외부에서 좋은 양분을 가져오지 않으면 내부에서 훌륭한 열매를 맺게 할 수는 없어보이는 것이 맞다고도 느껴지기는 한다.

남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기만의 고착화된 생각이 이제 신념으로 뭉쳐가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해서는 안되는 확신이 답이 되고 진실이 되고 정의가 되고 최선이 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풍경만 보고 자신에게 편안한 것에만 몸을 기대는 동굴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들 어떠랴. 내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내 주변에는 언제든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동지적 우애로 똘똘 뭉쳐있으니 무엇이 겁나랴. 세상은 그렇게 가는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온 것이다. 세상은 그런 생각만으로도 오늘처럼 발전했으며, 역사는 강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들이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이 판에 철학을 이야기하고 종교를 이야기하고 후손들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감히 주장이나 할 수 있는 것이냐.

자신을 대중 속에 숨기고 자신을 익명 속에 숨기며 다수와 어울려 자족한다. 그것이 생명체의 본질이라 믿는지도 모른다. 인간과 사회와 나라의 발전이 있으려면 개인부터 생각을 건강하게 가져야 한다는 선배 성현들의 아름다운 말씀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휴지조각에 쓰여진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 맞는 것처럼 보인다. 맞지 않다고 주장할 소리도 없고 말도 없다. 어차피 말씀들은 시궁창으로 버려졌다. 필자도 이런 생각에 동조하고 빠지고 싶어졌다. 비록 말씀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말씀들대로 살아보려고 해왔던 노력이 부질없어 보인다. 그렇게 살아봤자다.대중 속에 나를 꼭꼭 숨기고 익명으로 무장한 채로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뱉어내면서 나도 살아있는 짐승처럼 살고 싶어졌다. 약한 짐승들을 겁박하여 잡아먹고, 그것이 혼자 힘으로 어렵다면 동료들을 모아 협력하기도 하고, 배부르면 동굴 속으로 돌아가 퍼지게 잠이나 자고 싶어졌다.


그래도 세상은 그럭저럭 돌아갔고, 나라도 그럭저럭 돌아갔고, 셍명체들도 그럭저럭 살아남았다. 그러니 앞으로도 세상은 별 문제 없이 그럭저럭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럭저럭 돌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축배를 들자. 그럭저럭 꾸려져가는 나라를 위하여 축배를 들자. 그럭저럭 살아가게 될 후손들을 위해서도 축배를 들자. 그러니 문학도 그럭저럭 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 시도 그럭저럭 쓰면 될 것이다. 그럭저럭 산다고 인생도 그럭저럭 가겠느냐. 로또도 있고, 기적도 있다. 모든 것은 운수소관이라 했다. 말씀으로는 그 말만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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