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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 나의 가장 오래된 어처구니와 감히 외 1편/박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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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라연
나의 가장 오래된 어처구니와 감히 외 1편
불의 밥으로 태어나
만물에게 하루치의 양식으로 서서히
전사하는 저 태양 속에 숨어서
뜨겁게 바칠 몸을
다시 받으려고 12시간 만에 운행되는
저 윤회 속에 끼어서
만상의 호르몬으로 방울
방울 구르는
저 붉은 단추 구멍 속에 끼어서
잠글 수도
열 수도 없는 저 비밀 속에 숨어서
어김없이 동명동체同名同體로 윤회되는
저 빛 속으로
나,
사라지는 것
만삭의 눈동자
꽃잎이거나 새소리
물소리이거나 향기이거나
신맛, 단맛이거나 타오르는 불꽃이거나
선물이거나 달빛, 햇살이었던 순간의 알과
꼭 그 반대였던 순간의 알과
빼앗기거나 빼앗은 적 있었던 순간의 알과
빌딩에도 틈이 있다고 말할 때 그 틈을
막으려고 저라도 으깨어보고 싶던 순간의 알과
어떤 시작은 늘 그늘로부터 온다는 생각과
어머니와 애인과 스승을 잃어버린 듯
자식을 가슴에 묻은 듯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 아득해진 순간의
알이 모여서
박라연∙ 1951년 보성 출생.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산문집 춤추는 남자 시 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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