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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낙타들 외 1편/김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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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26회 작성일 09-12-2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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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린
낙타들 외 1편


까실까실 발바닥에 찔리는 정서는
명백하고 날개가 희다
살아서 걷는 동안
다른 계절로부터 양육된 우수는
우리 곁에 낯선 알을 낳으리
산맥이 쥐고 있는 바다처럼 깊은 노정에서 우러나는
몇 마디의 풍경과 그리움 한 줄
발바닥으로부터 스며올린 온몸에
불붙인 채 둥둥
떠돌아야 하리
 
우리는 저마다
걸어가야 할 서로 다른 수심水深을 갖고 있다






눈밭에서


눈 위에도 길이 있단 것을
비로소 알겠다
얼룩덜룩한 무늬, 징후로만 이어지는
하늘 아래 첫길
자꾸 움츠러드는 발을 내딛어본다
길을 위해 길을 짓이기며
오래된 봉투처럼 표정 없던 생애의 남루가
눈길 위에서 해맑게 씻겨진다
슬픔보다 더 큰 나무들을 데리고 엎드린
지상의 겨울바다
멈춘 채 표류하는 익명의 발자국들
내가 흔들리는 것은
흔적으로만 밀려드는 파도의 내력 때문이다
시야를 맞댄 안과 밖, 눈길의 정면과 배면에는
알 수 없는 파도들이 계보처럼 흐른다
흘러든 파도 속에 울렁울렁 뒤척이다가
마침내 가랑잎 같이 그친 어느 날
내 육신 불러 목마르게 허공에 널어줄
눈빛의 어진 징후
난 그만 설림雪林처럼 융성해져서
길 위로 펼쳐진다
철없이 번지는 발자국들
눈길이 잡아챈 내 발목에 아,
희끗희끗한 뿌리
묻어 있다



김규린∙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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