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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2009/가을)/신작시/허공에서 길을 묻다 외 1편/김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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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14회 작성일 09-12-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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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신
허공에서 길을 묻다 외 1편


그림자를 허공에 박으며 걸어간다 숨통 조여드는 소리 가파르다 오므렸다 펴는 주름 사이로 몸 안을 당겨본다 하늘이 물컹 녹아내린다 양쪽으로 갈라지는 늘 비린내가 나는 불안은

단단하고 매끄럽다 열려있어 몸을 뒤트는 그림자 사방에서 무늬들이 간격을 좁히고 허공의 난간을 쪼아댄다 쉴 새 없이 몸을 부풀리는 커진 심장이 허공의 고삐를 잡고 걸어간다 길이

나무가 되어 허공을 밀고 간다 가는 곳은 길이고 인간은 허공이다 빛이 가득한 하늘에선 파리한 얼굴과 상한 냄새가 떠다니고 지우지 못한 길과 대지의 시간은 토막이 나고 산은

메아리가 생겨나지 않는다 허공을 푹푹 파헤치며 걷는다 나무 그림자들이 하늘을 덮는다 더 이상 길인 곳이 없다 허공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나온 길을 다시 갈 수 없음을 안다

 

 

 



기억은 찢어질 것이네
―K에게


몸속을 넘나드는 보랏빛 시간 위로 향기로운
묘혈墓穴을 파고 있다네
오늘은 교통사고 전광판 숫자에 매달린 내가
헐떡이고 있다네
바람은 가장 높은음자리에서 끊어져 버렸다네

껍질에 쌓인 달팽이가 안개꽃이 될 수 있나?
달팽이는 날개를 돌돌 말아서 낮과 밤의 경계를 날아다닌다지?
달팽이 껍질;앰뷸런스
안개;잘 몰라
네 껍질 위로 안개가 쏟아졌다고 안개꽃 밖에서 내게 말했지

밤은 낯설었네
얇아지는 시간을 어금니로 씹었네 폭주족보다 더 시끄러웠다네
이 밤을 몸속에 넣고 잡아당기면 내가 찢어질 것이네

안개가 자욱했다네
이 밤을 당기고 있는 기억은
앰뷸런스 곁에서 그림자의 뇌파를 마구 밟고 지나갔다네

촉수를 더듬거릴 때마다 묻어나는 안개
안개를 씹을 때마다 들리는 어금니 소리


바람이 나를 들추어내고 있었다네
붉은 앰뷸런스 안에다
노란 안개꽃을 피우고 싶은 사람은 있을 것이네
붉은 앰뷸런스를 일부러 타보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김현신∙2005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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