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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나는 꽃 도둑이었다 외 1편/홍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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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운
나는 꽃 도둑이었다 외 1편
좀 오래됐지만 나는 꽃 도둑이었다
시골 초등학교 유년의 그 실습지
한 모금 아침 이슬에도
혈색 피던 꽃들이 있었다
금잔화 천일홍 달리아 패랭이꽃
저들만의 터에서 끙끙 성장통을 앓으며
사춘기 바알간 한때를
건너가고 있었다
나는 꽃 도둑, 꽃을 훔친 도둑이었다
여름 방학 조기회, 눈곱 낀 햇살을 등져
조막손 떨림 너머로
꽃들은 혼절했다
첫선 뵌 사내가 어린 날 꽃 도둑이라며
여태 설레는 내 아는 처자 같은
과년한, 우리 집 달리아
올여름 또 달거리 했다
어떤 문답
어느
문학평론가
‘하필 이 시대에 시조냐?’고
반세기 그리 우려도
더 짜낼 색소가 남았는지
말끝에
‘뚝’
지는 단풍잎 한 장
부동산이
동산 되는
홍성운∙1959년 제주 출생. 1993년 ≪시조문학≫추천. 199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상수리나무의 꿈 외. 2000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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