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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꽃의 유골 외 1편/허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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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6회 작성일 09-12-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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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
꽃의 유골 외 1편


벌거벗은 가로수 아래
진분홍 胡蝶란들이 일렬횡대 도열해 있습니다
꽃시절입니다

타클라마칸을 떠난 모래군단이 진군해 옵니다
차도와 인도 사이
질주와 보행 사이 접경에서 꽃들이 흔들립니다
나비마스크를 쓰고 꽃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기침을 합니다 시들어갑니다
온통 시듦에 포위됩니다

모래바람 속에서 아우성 소리 들립니다
출구를 잃어버린 흰목독수리 전갈 쌍봉낙타들의 
분골 가루가루 세상을 분탕질 합니다
심난해진 꽃 파는 늙은 花주 
만 원의 花代 절반만 내라고 호객합니다
이 시절에 매춘은 무죄
꽃 하나 얼른 가슴에 품었습니다
푸석하게 마른 젖무덤 찌릿 합니다

호접호접 꽃나비 날아오릅니다
어느덧 뉘엿뉘엿 진홍빛 노을 한 뼘 
꽃이 검붉게 火葬됩니다 
곧, 반짝반짝 홀로그램 
밤마다 궁금했던 빛의 수수께끼가 그렇게





방아깨비佛


서울 복판 종로통에 큰절 있고
대웅전 안에 金佛 있고
절 마당에 오백 년 홰나무 木佛처럼 있고
돌탑 꼭대기에 까치 生佛처럼 앉아있고
바람에 맞서 소신공양하는 촛불이 있고
사방 휘집어대는 비둘기들의 발자국
ㅆ ㅆ ㅆ ㅆ ㅆ 있고,

푸드득―

그 수많은 ‘있고’들 날아간 후폭풍을 뒤집어쓰고
절 마당 나무의자에 앉은 채
끄떡 끄떡 끄떡, 방아깨비사내
히죽히죽 소리 없이 허공을 불어댄다
허옇게 입김 풍선이 큰절 막새기와에 
홰나무 가지가지에 연등처럼 매달린다
점점 크게 둥그러지는 허공풍선 속에
큰절, 돌탑, 홰나무 오백 년을 다 구겨 넣었을까
주섬주섬 자리 털고 일어선다
폴짝, 사내 앉았던 자리에 비둘기 앉는다
꼼짝 않는다 빨갛게 언 발 녹이나 보다 
궁둥짝만큼 나무의자 데워놓고 떠난 
저 방아깨비佛
도심 속 큰절에는 佛도 많다


허청미∙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꽃무늬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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