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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갈등 외 1편/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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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갈등 외 1편
칡과 등이 하나가 되어 있다
서로의 목을 죄며 팽팽하게 짓눌러간
흔적의, 비꼬인 두 몸뚱아리가 납작하다
만남부터 시작되었을 전쟁
저 잔인한 동거에도 한때 꽃은 피웠을 게다
홀로 설 수 없었기에 소리 없이 견뎌왔을
갈葛․등藤
정수사 가는 길목
구렁이 두 마리 엉킨 채 죽어있다
봄, 언덕을 오르다
샌드위치 가게에도 없었다
철물점에도 없었다. 다리 위에도 없었다.
우체국에도 없었다. 도서관에도 없었다
창백한 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던 것은
대책 없이 밀어닥친 황사 덕분이다
텅텅 허기가 밀려오는 가파른 저녘
쿨럭이며 산벚꽃 문을 열고
나는 있다를 찾아가는 중이다
여기저기 물오른 나무들 간통하는 소리
압축파일처럼 풀려 나온다
없다.없다.없다고 중얼대는 발 밑
화들짝 놀란 바람꽃이 나를 잡는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저들이 아니다
툭툭 또다시 터지는 내 안의 물집들
저 파리한 꽃잎들이 나를 흔들고 있다
정서영∙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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