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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부처 산 외 1편/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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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21회 작성일 09-12-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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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길
부처 산 외 1편


콩깍지를 벗긴다 콩알이 나온다 콩알은 두부가 된다 
두부를 누가 먹는다 두부는 누런 똥이 되어 나온다 

산화발효 똥을 짊어진 
귀밑머리 꽃을 꼽아 아장아장 걸어 
잉태된 열매를 쏟아내는 부처 산

두부를 똥으로 만든 수행자 
똥을 업은 바람 부처 산을 세운다

―가시매 오시매 산과 똥의 의미는 무엇이요? 
―답답하다 강이 경전의 꼬리이니 콱, 물어뜯어! 

風磬을 처마 끝에 걸어놓는다 
딩 강 딩 강 밀려가는 부처 산

너무 당황하지마라 부처 산은 한 만년
빌린 방석을 깔고 있을 뿐이다






축약된 일기


귀공자형으로 매끈하게 태어났건만 울 아버지 아들을 지게대학에 보낸다, 즉, 땅을 큰 스승삼아 네 생은 흙냄새이어야 하였으니

몸무게 오십팔 키 백칠십이 나뭇짐을 지고가면 철쭉꽃송이에 구름이 따라오며 흔들렸고 지게의 초년생은 늘 비틀어진 나뭇짐이다 지게대학 2학년 쯤 어머니 밤샘 신神굿이 있었던 날 나는 굿판을 발로 차버린다 이유는 초등교육에서 무속인은 무지하게 사람을 속인다고 들었던 바

무속의 집과 지게대학이 무섭고 칙칙해서 서울로 도망간 나는 냄새나는 물을 먹고도 서울여자들 다리는 예뻐 보였고 나도 서울 피부를 가지기 위해 서울을 빙빙 돌았는데, 주민등록증도 없는 가출소년의 신분에는 주로 도둑놈 새끼로 치부해 버렸고 최종 학벌 지게대학 중퇴 이력서에다 무공해 신분까지 첨가시켜도 왕대포집 시다로도 취직은 불가능했다 하루는 종로빵집 마네킹 미국노인 앞에서 쟁쟁 울다가 책을 보는데 (자기 앞의 생)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 말씀에 창녀새끼 울음이 달래지고 있었고 (별들의 고향) 경아는 재탕 필름으로 하얀 수면제를 단성사에서 먹고 있었다 

(새끼를 다섯 놈이나 가슴 무덤에 묻어버리고 어찌 박수무당 징소리에 춤이 안 일어나고 말겠느냐, 네 아버지 천령문화제에서 시조창 장려상 받고 10년 째 술바람 들었으니 어찌 하늘에 칼춤을 추지 않고 살겠느냐, 죽은 새끼란 한恨이다 한을 거꾸로 풀면 슬픔 뒤에는 점술의 꼬리가 풀어진다, 내 점술은 미래의 북소리다 내 북소리는 죽은 자식과 산 자식의 오오 둘둘 박자다 일곱 명 중, 둘둘 중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막내야, 알겠느냐!) 어머니 가슴에 새긴 글자는 양각에서 음각으로 점점 내려적히고 있었다

백년의 필름은 너무 빨라 울 아버지가 죽었다 서울시민증에 불합격인 나는 빡빡머리에 행자신분으로 나타났고 삼촌은 조카의 빡빡머리를 보고 운다. 중 새끼가 아비를 메고 가다니, 아버지 발끝은 무량, 무량 포개지며 흔들렸고 막걸리 주전자가 따라 흔들리자 어머니는 팍, 그 술 주전자를 밟아버린다 저승 한 장 접는 일이 이토록 술냄새일 줄이야

머리 위에 육이오가 총알을 내 머리 위 10센티까지 오다가 멈출 무렵 어머니는 부엌에서 살아남은 귀공자 같은 아들을 보고 (저것이, 내 보물 2호인 디) 하고 후렴하며 나를 키우긴 키웠는데

지금은 어머니 아버지 둘 다 나란히 오래된 봉문이지만 지금 절을 하며 어머니 쪽으로 기우는 이유는 세상사 조심하라는 어머니 말씀, 너무 진하게 양각되어 무덤을 헤집고 솟아오르기 때문이었다



문길∙ 2007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서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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