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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시/그가 발효 중이다 외 1편/조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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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87회 작성일 09-12-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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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주
그가 발효 중이다 외 1편


청매실 독에 담고 설탕에 재워둔다
면벽 하듯 오도카니 앉아있는 동자승 같다
화르륵 장난질 하고 싶은 여섯 살
설탕을 집어 먹으며 깔깔거리기도 한다
가벼운 설법 하나도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밀봉 한다
머리가 큰 몇몇은 벌써 좌선에 든다
세속의 속살 샅샅이 훑어
물컹물컹 제 향 풀어내고 있다
쪼글쪼글 눌러 붙은 까까머리 법문에 귀의하고,
제 몸 열어 스스로 단맛 내지 못한 몇몇은
퍼런 멍 같은 장난기 안고 뒹굴고 있다
끝내 맛을 내지 못한 이도 있다

생의 푸른 법문 품기 시작한 서른의 그가 장기기증을 하고 떠났다 눈은 다른 이의 길이 되고, 구석까지 따스하게 데워줄 장기가 되어. 탱탱한 속맛 세상에 내어 주고 단단한 뼈대 흙으로 돌아갔다

단맛이 싸하다

 

 

 



원 달러
―이집트 여행

생수 두 통 원 달러,
오천년 전 신전 앞에서 스핑크스 번쩍 들며 외치는 소년 원 달러~ 원 달러,
흙투성이 맨발에 우물처럼 깊은 소년의 눈동자 같이 기념사진 찍었다 원 달러,
맨발의 미소년 사하라사막에서 종일 낙타몰이 한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큰 눈에 피라미드가 무너진다
온 가족의 남은 하루가 휘청거린다
누대에 걸친 가난이 원 달러라는 목소리로 이방인의 발길을 잡는다
불멸을 꿈꾸던 파라오의 폐허가 오늘을 연명하고 있다 원 달러,
아몬신에게 바친 카르나크신전은 원 달러가 빈번히 모이는 곳이다
여행객 손에는 원 달러가 된 신이 들려있고 신은 더 많은 관광객의 주머니를 열고 있다  
화장실 사용에 지불할 동전이 주머니 속에서 잘그랑 원 달러,
야자수 나무 아래 껌벅거리는 낙타 눈에 원 달러가 스쳐지나간다
마그립예배 기도 소리가 첨탑을 울리고
원 달러가 나일강의 품속으로 홍조 띤 얼굴을 묻는다
사막의 무료공연이 한창이다 원 달러,
밤하늘 민들레꽃 무더기무더기 피어 수억 년 전의 전설 들려준다
피라미드 꼭대기 태양의 신은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손에서 손으로 건너진다 원 달러,



조운주∙2007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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