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33호(2009/봄)/신작시/金陀의 폭포 외 1편/백성우
페이지 정보

본문
백성우
金陀의 폭포 외 1편
폭포수 아래 발기하는 수만 물방울
그 중 하나 눈 부릅떠 쳐다보라 하네.
일어나고 꺼지는 순간이 다르지 않음을
온 몸 재우쳐 느껴보라 하네.
하나이나 심연으로 녹아 한물이 됨을
한물 되어 무궁토록 그대 또 기다림을
미친 물보라에 심지 곧추 세워
한없이 한없이 기억하라 하네.
나 떠난 지 어언 육십년
다비장 잉걸불에 마파람 샛강물에
산수간 흔적 없이 사라졌다만
사라짐이 일어나는 것임을
일어나 너와 한물로 일렁이고 있음을
네놈이 이제사 알겠느냐 그 일갈을
벼린 칼에 물 베듯 가슴에 묻고
다시금 폭포수 되어 쏟아지라 하네.
색즉시공
기억은 언제나 빛깔로 남는다.
양잿물에 우려내던 할머니 마포베는
육탈 끝나 허연 횟가루로 남고
조선낫에 잘려지던 아버지 대나무는
전쟁 끝나 붉은 죽창으로 남고
흑백시절 뚝방길의 우리네 교련복은
졸업 후에 타다만 연탄재로 남았는데
사람은 젤로 때깔이 고와야 돼.
재봉침 아래 어머니 공단옷은 초록빛 투성이로
언뜻언뜻 몸살 앓던 자목련빛 사랑도 있었는데
어느새 가을잎은 떨켜를 준비해 두고
그 화사한 빛깔, 땡볕의 지독스런 기억도
늦가을 댓바람에 그만 보내려 하는데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죽음이 바람 되어 내 옆구리 스쳐 가면
빛깔이 사라지니 기억도 소멸되고
삶이 그만 무색으로 허공으로 남겠구나.
백성우∙소설가. 1998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 「앵속」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추천1
- 이전글33호(2009/봄)/신인상/시/유목민/새제에서 외 4편 09.12.20
- 다음글33호(2009/봄)/신작시/ 달의 연대기 외 1편/김지요 09.12.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