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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낭만에 대하여 외 1편/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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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18회 작성일 09-12-20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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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낭만에 대하여 외 1편


음악이 흐른다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같은 거겠지
방파제가 보이는 2층 등대다방에 들어 
쌍화차를 시킬까 망설이다 커피를 시켰다 
대체 얼마만인가 불륜처럼 달착지근한 이 맛 
갈매기 따라 김양도 박양도 떠나고 없는 
지금처럼 낯설고 옹색한 여백에 홀로 놓여질 때 
담배라도 한 대 꼬나물면 딱이겠으나 그도 여의치 못하니,
내 꼬라지 그러하므로 일찌감치 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서 굴러먹다가 예까지? 
나만큼 늙은 여주인의 눈빛이 그렇게 묻고 있었지만 
그러는 당신은? 하고 맞장 뜨지는 않았다
아랫목에 가방을 던져놓고 빛바랜 커튼 사이로 
게딱지만한 유리창에 입술을 뭉개며 저무는 바다를 보고 있는데
주책이다 웬 눈물바람이람,
동해에선 정말 바다밖에 볼 것이 없는 걸까
오늘 밤 여인숙 주인과 외간남자가 한 판 걸지게 벌여만 준다면
처음에는 조금 빼다가 에라 모르겠다 술잔을 받고 
한 곡 권하면 뭘 부를까 침까지 꼴깍 삼키고 있는데 
문밖의 저 알코올 냄새 설마 도라지 위스키는 아니겠지 
마시지도 취하지도 않고 나는 열창에 열창을 거듭했다 
나앙마네 대하여어~ 그것도 질퍽한 탱고버전으로
나 정영 노랫말이 전하는 생의 쓸쓸한 로망 따윈 아는 바 없다 
오면서 자동차가 말썽을 부려 삼거리 카센터에서
필턴지 뭔지를 교환한 건 그나마 잘한 일이다
낯선 곳에선 사내든 차든 한번쯤 속아주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순정부품이냐 따져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한 해의 끝자락, 그렇게 멋대로 달려서 도착한 동해바다 
그가 안다면 자유도 무엇도 못되는 나를 측은해할까  
멀쩡한 남자를 걷어차고 낭만 운운하며 길을 떠나 
고작 비린내 진동하는 선창가나 기웃대는 한심한 여자를
내가 아니면 누가 거둬 줘?
그래서 더욱 진하게 보듬어 줄 수밖에 없다고 
이젠 그렇게 속삭여 주지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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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슬픈 농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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