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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9/여름/신작시/조선일보를 읽는 아침 외 1편/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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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조선일보를 읽는 아침 외 1편
공짜로도 절대 읽지 않겠다던
조선일보를 읽는 아침,
아내 말대로라면
아이에게는 보약이 되고도 남을
맛있는 공부 번뜻하게 차려진 밥상을 제쳐두고
변기에 앉아
발가락에서 머리카락까지 뻗쳐오르는 힘으로
한 줄 한 면을 잘근잘근 씹어 삼킨다
한쪽으로 잔뜩 기운 가지들,
나 몰라라, 고개 돌린 나무의
금박 씌운 열매 글자는
씨앗까지 온통 썩어
무엇 하나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는데
아비 심정에 차마 끊지는 못하고,
어쩌면 나도 저 나뭇가지처럼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워,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속 까뒤집으며
누구보다 먼저 나를 읽는다
칠공주파 꽃
학교 뒷골목 담 옆 수런대는
개나리 무리 속 잔뜩 발그레해진
일곱 진달래
낮술 취한 새끼마담? 아니면
하굣길 골목 어귀에서 마주친
칠공주파! 껌 짝짝 씹어가며
붉으락푸르락,
날선 혀로 쿡쿡 찔러가며
되게 겁주던
저만치
제 무리 잔뜩 세워두고
맨 앞에서 한껏 물오른 몸으로
팔랑팔랑
삐딱삐딱
박완호∙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아내의 문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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