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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시/식물의 색 외 1편/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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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식물의 색 외 1편
초록이다
조용하고 넉넉한 그러면서도 중간정도의 저음을 담고 있는
바이올린 소리에 비교될 수 있는 색이다
노란 색에 가까워질 때는 생생하고 활동적이고
파란 쪽으로 깊어질 때는 심각하고 사색적인 색이다
누워 움직이지 않는 살찐 암소와 닮은 색이다
녹색이다
하늘로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뿌리 깊은
나무의 색이다
사막 한 가운데서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신에게 선택되어 부활할 수 있는 낙원의 색이다
비인간적이다
혐오하는 뱀이나 도마뱀 또는
공포를 불어 넣는 용이나 동화속의 개구리 왕자나
괴물들의 피부를 사람들이 상상하는 색이다
태양 에너지를 피부로 곧장 흡수하는
변온 동물 피부의 색이다
왜 그럴까
식물의 색은 영혼의 사냥꾼,
사랑의 색인 仁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태초의 검정
태초의 하늘은
밤하늘 이었다
천지의 시작에는 이름이 없었고
만물의 모태, 밤하늘이 있어 이름이 생겼다
밤하늘, 검정은 공간도 아니고
공허도 아닌
없음인 동시에 모든 것이다
검정색은 모든 파장을 받아드려 자신 속에 머물게 하는
빛으로 가득차있어 만물을 창조해 내는 유일한 색이다
태초의 검정
밤하늘은 빛 중의 빛이다
박종국∙충북 괴산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저서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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