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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시/꽃의 영결식 외 1편/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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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꽃의 영결식 외 1편
대학병원 앞 신호등에 영구차 한 대 멈춰 있다.
아직은 갈 때가 아닌 주검을 가로막고
길을 열지 않는다.
동백나무 가로수 사이를 바쁘게 오가던
동박새 한 마리,
자꾸만 동백꽃 속으로 부리를 디밀어 헤집고 또 헤집더니
발갛게 상기된 동백꽃 송이
오르가즘의 절정에서 고개를 툭 떨군다.
동박새 날아간 뒤
지상(地上)에 떨어진 저 마지막 희열.
신호등을 배경으로 떨고 있는 동백나무 저 여린 가지,
영구차가 멀어질수록 더 심하게 흔들린다.
아직은 빨간 신호등인데.
미친 닭을 위한 변명 Ā
한낮인데 닭이 운다. 그 울음소리 우렁차다. 간밤, 심야영화를 보았던가. 울어야 할 시간을 놓쳐버린,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한낮인데도 닭이 운다. 그냥저냥 우는 게 아니라 우렁차게 운다. 지상의 비리를 고하는 사자使者의 외침일까. 낮닭이 운다. 시간은 분명히 한낮인데 닭이 운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닭이 운다, 내가 미쳤거나.
변종태∙1990년부터 ≪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멕시코 행 열차는 어디서 타지, 니체와 함께 간 선술집에서, 안티를 위하여. 현 ≪다층≫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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