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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시/노출 박물관* 외 1편/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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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노출 박물관* 외 1편
나 여기서 만나기로 한 애인 있었으면 좋겠네 햇살이 억새의 목에 보랏빛 머플러 감싸주듯 나도 그렇게 따뜻한 엄지손가락 있었으면 좋겠네 풀벌레 뛰어다니는 언덕, 무명 머리카락 어루만져주는 바람 그대가 나의 애인인가 무덤 속에서 흘러나오는 나무 향기 그대를 따라 걷는다 바람의 창과 창 사이 배고픈 낮달 보인다 투명한 지문 노출되는 정오 나는 햇살갑옷 입은 애인 기다리며 세 귀 달린 물항아리를 인다
*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 있는 박물관.
경복이는 너를 지나
―입춘
피 묻은 모란꽃무늬 원피스 입고
천둥 땅에 내려앉듯
번개 벚나무 목 베듯
울고 있는 일곱 살 여인
경복이는 너를 지나 화장실 간다
능소화 시든 화단 속
쥐 파먹은 머리카락
검은 바지 입은 채 주저앉아 오줌을 싼다
그것을 봄이라고 말해야 하나
길게 길을 내는 오줌의 슬픔
노루꼬리 같은 봄이 온다
노루꼬리 같은 심청이가 온다
세상은 곧 한숨으로 환해질 것이다
피 묻은 모란꽃 원피스
능소화 통곡소리
길몽이다
만지면 눈멀어지는
송진∙1999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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