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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시/진화의 비밀2 외 1편/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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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천
진화의 비밀․2 외 1편
너는 아직 식탁위에서 한창이구나.
너에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전체처럼 보이는
이 세계의 이름.
이름을 하나씩 기억할 때마다
너의 조그만 이가 가려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방금 지나간 건 트럭이 아니라 코끼리란다.
아니, 맘모스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매머드라고 우기는 동물.
진화의 완성과는 거리가 먼
우연한 호칭들.
이름을 위해서
엄마는 평생 집을 나오지 못했고
아빠는 방귀를 끼고 겨우 점프를 했단다.
오늘을 완성하기 위해
빵긋 웃고 있는 너는
정말이지 깜찍하구나.
연애
매일매일 우리는 그것을 찾아 헤맨다.
신문을 훔쳐보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점심나절 붐비는 구내식당에서
그것을 숨길 수가 없으니
그것을 뭐라고 부를까.
그것이 피우는 냄새는 치명적이나
운명이라고 하기엔 가혹하고
일일이 이름을 부르기엔
지독히도 많은 그것.
엄살과 내숭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 하찮은 그것.
치명적인 오역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거나
그것의 기록을 찾아 헤맨다.
버려진 개처럼 우리가 쓸쓸해질 때
불쑥 그것이 찾아올 거라고
그래서 우리의 안쪽이 따뜻해질 거라고
우리는 믿으면서.
여태천∙1971년 생.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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