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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최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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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68회 작성일 09-02-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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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나무學 외 1편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 위에 올라가서 물고길 구한다는 말을
허무맹랑하게 여기지마라.
나무들은 알고 있다. 
생이 끝날 때까지, 세상의 물길을 유랑하는
물고기들이 얼마나 힘이 센 지를.
격류를 거슬러가야 할 때는 또
얼마나 몸부림을 쳐야만 하는 지도.
그것이 나무들이 잎을 피워
그 느낌 알 때까지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손맛을 보는 이유다.

유명산 산행을 가는데
갈대들이 팔당호에 들어가 견지낚시를 하고 있다.
휘는 낚싯대처럼 몸을 휘다가
다시 느슨해지는 저들,
번번이 다 잡았던 고기를 놓친다.

나무들이 빈 나뭇가지만 들고
산에 빽빽이 올라가
수많은 나뭇잎들을 낚아채는 걸 본 걸까?
그들이 어느새 유명산 산정까지 올라와
낚시를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람 줄이 팽팽히 당겨지며
몸을 활처럼 휘고 부르르 떤다.
아차! 한 순간 또 놓친다.

포기하지 않고 산상구어山上求魚를 하는
저들을 결코 얕잡아봐선 안 된다.
같은 볏과인 갈대들이
산에 오면 달리 억새가 되겠는가.








나무學
―예감

측백나무가 새끼 딱새에게 종일 공중부양술을 가르치고 있다. 사실 나무들은 공중부양의 고수들이다. 옛날 옛적에 바다에 빠진 육지가 그걸 눈치 채고 나무들의 뿌리를 꽉 움켜쥐었을 때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겠지만, 나무들의 들림 때문에 육대주가 아직까지 익사하지 않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명의 애벌레들이 아열대우림을 갉아먹으면서부터 여태 잘 버텨 온 육지가 조금씩 조끔씩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공중부양술이 입신의 경지에 오른 부레옥잠은 수면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몸에 힘을 뺀 버드나무는 가지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송장헤엄을, 소나무는 옆으로 몸 비스듬히 뉘고 모잽이헤엄을, 오리나무가 개구리헤엄을? 나무들은 지금 죄다 일어나 땅 위에서 한창 제각각의 헤엄자세를 연습하는 중이다. 몸매 늘씬한 양버들나무들은 길가에 일 열로 쭉 늘어서서 가지를 머리와 일직선이 되게 뻗어 올리고 언제라도 흰 파도가 구비치는 하늘로 입수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무들의 다급한 몸짓을 본 어린 갈대들이 얕은 강물 속에 들어가 머리만 겨우 쳐든 채 개헤엄을 배우며 제자리를 맴돌고, 앉은뱅이 바위마저 그 옆에서 땅 짚고 헤엄을 치는데, 이런 망할! 착각도 유분수지 이 급박한 자연 속에서 나만 망중한忙中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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