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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9/봄)/신작단편/춤추는 몬스터/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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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몬스터
김종성
1.
도형민이 지방경제 현장취재 명령을 받은 것은 사흘 전의 일이었다. 말이 지방경제 현장 취재이지 M시 일대의 공장들을 취재하면서 광고를 수주해오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여행사에 연락해서 열차표를 구했지만 도무지 내키지 않는 출장길이었다. 다행히 사촌동생 형규가 M시의 시멘트공장에서 전기기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그의 집에서 숙식을 할 생각이었다.
영월역에서 기차를 탄 중년의 사내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의자등받이 위로 넘어왔다.
“식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빗자루병이나 대화경帶化莖 같은 기형이 생겨나.”
금테안경이 등을 곧추세우며 말했다.
“그런데…… 대화경이 뭐야?”
곱슬머리가 말을 끝내고 왼쪽 손바닥으로 오른쪽 어깨를 툭툭 쳤다.
“응 그건 여러 부위가 연합되는 현상을 말해.”
“그렇구나.”
“담배식물에 흔한 프렌칭이라는 기형은 말단 싹과 줄기의 성장을 멈추게 해. 이렇게 되면 잎겨드랑이에 있는 싹이 자라 3백 개 정도의 많은 잎이 나. 잎은 칼이나 줄 모양을 하고 있고, 담배식물 전체는 로제트 모양을 하고 있어.”
“나도 문곡마을에서 본 적이 있어.”
곱슬머리가 너부죽한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대꾸했다.
“일종의 식물 괴물이지.”
“식물 괴물? 그거 재미있는 말이네.”“어떤 식물의 꽃받침잎과 꽃받침에는 여러 가지 병 때문에 거대증이 생기는데, 정상 크기의 10배나 그 이상으로 거대해져 공기주머니가 부푼 것처럼 보이지. 감염 때문에 식물 기관이 엉뚱한 부위에서 발생하기도 해. 식물의 기형은 유전 또는 오염물질· 곰팡이·진드기와 같은 환경인자와 관계가 있어.”
금테안경이 의자 등받이를 힘껏 뒤로 제켰다.
열차는 어둠을 가르며 M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열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열차가 산허리를 안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뿌연 달빛이 산골짜기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먼 산줄기의 거뭇한 빛이 차창으로 흘러왔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도형민은 원주역에서 산 대한신문을 펼쳤다. 교육 섹션을 뒤적거리던 그의 눈길이 매쓰매틱스 에듀 대표 진윤명의 교육 칼럼에 가 멎었다. 현재 상위권 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인데, 그 중 가장 배점이 높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을 두는 과목은 수학이며, 2009학년도 입시에서 상위권 대학은 수능시험의 등급간 점수차를 언어, 외국어, 탐구영역보다 수리영역에 단연 크게 할당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우대하겠다는 의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신입생 선발에서부터 수학 실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이와 같은 대학입학시험의 경향과도 맞물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상위권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새로운 특수목적 고등학교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핵심 평가항목인 '수학적 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칼럼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특목고 합격률을 높여주는 학원 선택에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결국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면 특목고에 가야 하고 특목고에 들어가려면 수학전문학원을 다니라는 이야기였다.
도형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신문을 접어 취재가방에 집어넣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열차가 도계역을 지나자, 속도가 빨라졌다. 열차가 M역 3번 플랫폼에 멎자, 사람들이 수런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취재가방을 들고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도형민이 대합실로 들어서자, 검은 반코트가 하얀 핸드백을 들고 다가왔다. 그 뒤로 아이들이 뒤따라 왔다. 검은 반코트는 커다란 두 눈알을 디룩디룩 굴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우리 영재씨 못봤어?”
검은 반코트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헤벌쭉 웃었다. 그녀의 목덜미에 엷은 주름이 잡혔다.
"그런 사람 난 모르는데.”
깡마른 얼굴에 눈빛이 날카로워 보이는 도형민이 그녀의 얼굴을 치떠 보았다.
검은 반코트가 개찰구 쪽으로 걸어갔다. 시큼한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왔다.
“우리 영재씨 미국 유학 갔지롱.”
아이들이 검은 코트 뒤에 바짝 붙은 채 계속 따라갔다.
“응, 우리 영재씨가 미국 유학 갔다고?”
검은 반코트가 엉킨 머리털을 오른 손으로 쓸어올리며 뒤돌아섰다.
“날 따라 오면 알려주지.”
키가 작달막한 아이가 오른손을 들어 검은 반코트의 입가에 묻은 고춧가루를 떼 주었다.
“너희들 신문배달은 안 하고 여기서 뭣 하는 거야?”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 역원이 아이들을 꼬나보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아이들은 키들거리며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도형민이 대합실을 빠져나가자, 바닷바람이 얼굴로 몰려왔다. 바닷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는 자신의 앞으로 미끄러져 오는 택시를 세웠다. M시 시가지는 바닷가에 티라노사우스의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건물들은 불이 꺼진 채 서 있었고, 자동차들도 거의 오가지 않았다.
도형민이 B포구에 도착했을 때 9시가 지나 있었다. 형규가 살고 있는 D시멘트공장 사원아파트는 B포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인터폰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M시의 지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장 취재를 하러 왔어.”
도형민이 취재가방을 현관 바닥에 내려놓으며 구두를 벗었다.
“지역경제 현장 취재요? 취재를 하나마나예요.”
팔초한 얼굴의 형규가 취재가방을 집어들며 말했다.
“M시의 경기도 바닥인가 보군.”
“철강공장과 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자, M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버렸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도 구조 조정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다들 불안해 하고 있어요.”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계속되었다.
“형님이 다니는 신문사는 어때요?”
형규가 침묵을 깨버리듯이 뾰족한 턱을 들어 물었다.
“광고가 안들어 와서 어려움이 많아.”
그의 물음을 도형민이 채받았다.
두 사람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색이 바랜 머리수건을 쓴 미지가 그들 사이에 술상을 내려놓고 허리를 세우며 새장 위를 가리켰다.
“글쎄, 우리 혜영이와 혜숙이가 M시 미술학원연합회가 주최하고 화이트 몬스터 게임회사가 후원한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작품이예요. 왼쪽이 혜영이가 그린 건데 우수상을 받은 거고, 오른쪽은 혜숙이 그린 건데 장려상을 받은 거예요.”
새장에서는 잉꼬 2마리가 푸득거리고 있었다.
“그거 참 축하 일이네요.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 갔어요?”
도형민이 술을 입안으로 털어넣고 물었다.
“혜영이는 수학 학원엘 가고 혜숙이는 영어학원엘 갔어요.”
미지가 길쭉한 얼굴 전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말했다.
“미술학원까지 애들을 보낼려면 사교육비가 만만찮게 들겠네.”
도형민이 형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말도 말아요. 여기도 사교육 열기가 서울 뺨친다니까요. 영어학원, 수학학원, 독서논술학원은 기본이고 피아노학원, 미술학원까지 다녀야 하니까, 월 수입의 절반이 사교육비로 날아가요.”
형규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대학 시절 변리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시험공부를 중단하고 취직을 했던 것이다.
2.
왔어요, 왔어요. 싱싱한 오징어가 왔어요. 피를 맑게 해주는 타우린 성분이 듬북 들어 있는 오징어가 왔어요. 확성기 소리에 도형민은 잠이 깼다.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늦은 아침식사를 끝낸 도형민은 형규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M시 중심가를 향해 갔다. 승용차가 중심가로 들어서자, 제법 번듯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층아파트 단지도 여러 군데 있었고, 태극기와 새마을기가 바닷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관공서 건물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M시는 이제 내리막입니다. 인구가 8만이던 게 지금 6만 선도 까닥까닥 해요.”
어깨가 견고한 형규가 핸들을 천천히 돌리며 말했다.
“…….”
“저 사택들을 보세요. 전에는 사택에 들어가려면 2~3년은 기다려야 했는데, 이젠 절반 이상 사택이 비어 있어요.”
형규가 손가락으로 연립주택을 가리켰다.
도형민은 폭발할 것 같은 수도권을 떠올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초림은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한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초림은 인구가 100만 명으로 광역시 승격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M시를 떠난 사람들 대부분은 서울, 안산, 고양, 남양주, 시흥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먹고 살 만한 사람들도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M시를 떠난 사람들이 많아요.”
형규가 힘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리에는 다방, 부동산, 교회 그리고 학원 간판이 눈에 많이 띠었다.
진윤명의 희멀건 얼굴 사진이 매쓰매틱스 에듀 특목고 전문 수학학원 M 캠퍼스 전면에 “누가 학생의 미래를 묻는다면 눈을 들어 진윤명의 매쓰매틱스 에듀 를 바라 보라고 하라” 쓰인 플래카드와 함께 걸려 있었다.
승용차가 사거리로 들어섰다.
“서점에 들렀다가 가자고.”
도형민이 안전띠를 풀며 말했다.
승용차가 관동서점 앞에 멈췄다. 관동서점의 매장은 넓었다. 여고생 몇 명이 학습 참고서 판매대 앞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들은 매장을 둘러 보았다.
“학습 참고서와 아동물이 대부분이군…….”
도형민이 표지가 화려한 학습참고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 책이 진윤명이 쓴 책인데 베스트 셀러라더군요.”
형규가 '황제수학'을 집어들어, 도형민에게 건네주었다.
도형민은 '황제수학'을 펼쳐보았다. 수학을 모르면 어둠의 자녀요, 수학을 알면 빛의 자녀다. 진윤명이 책갈피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영월집의 둘째사위였다. 영월전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시화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에 근무하다 1년만에 그만두고 초림시 용담면에서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을 상대로 보습학원을 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서울의 학원가를 오르내리며 유명 수학강사들의 교수법을 집중 분석하고 연구한 뒤, 성남시 분당으로 진출하여 수학전문학원을 운영해 학생들과 학부형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었다. 크게 고무된 그는 사교육 1번지로 널리 알려진 대치동으로 진입해 특목고 전문 수학학원을 차렸다. 수학학원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자, 그는 매쓰매틱스 에듀라는 회사를 차리는 것을 시작으로 사촌형제들까지 끌어들여 7개의 사교육 관련 업체를 세우고 전국에 특목고 수학 전문 학원 10개를 만들어 성업 중이었다. ……그의 본질적인 욕망의 끝은 어딜까. 공포를 느끼게 하는 그의 욕망의 끝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M시에서 청량리역으로 가는 열차는 밤 10시에 있었다. 도형민은 의자등받이에 머리를 올려 놓고, 차창 뒤로 빠르게 달아나는 산줄기를 멍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퀭하게 깊어 있었다. 새장에 갇혀 푸덕거리던 잉꼬 2마리가 선연하게 떠올랐다. 혜숙이가 그린 그림이 미숙하긴 해도 상상력이 풍부해 잘 그린 그림이고, 혜영이 그린 그림은 그야말로 미술선생으로부터 교육받은 규격화된 그림으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그림이었다. 혜숙이는 골목에서 로봇몬스터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로봇 몬스터들 머리 모양이 다 달랐다. 머리가 여섯 개 달린 로봇 몬스터, 다리가 3개 달린 로봇 몬스터, 손이 4개 달린 로봇 몬스터, 외눈박이 로봇 몬스터…… 돌담도 한 쪽 집은 둥글둥글한 돌로 되어 있고 한 쪽 집은 판자, 한 쪽 집은 블록…… 상상력이 뛰어난 그림이었다. 그런데 혜영이가 그린 그림은 전형적인 삼각형 구도였다. 그림 교육을 받은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 있었다. 골목에서 노는 로봇 몬스터들의 모습도 머리, 몸통, 다리, 머리, 몸통, 다리…… 도식적으로 그렸다. 완전히 상상력이 제거 된 그림이었다. 그런데 하필 과학 상상화 그리기 대회에서 로봇 몬스터 그림을 그렸을까. 잉꼬가 차창에 매달려 거칠게 날개짓을 했다.
차창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이 점점이 솟아올랐다가 사라지자, 군부대의 경비등이 차렷자세로 열을 지어 나타났다. 근동에서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중고등학교를 마친 형규의 아버지는 서울의 사립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결혼을 한 뒤에도 계속해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사법시험에 연거퍼 고배를 마신 그는 41세가 되던 해 처가가 있는 선산이 있는 원주로 내려가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항상 자신이 슈퍼마켓 주인이라는 것을 가슴 아파하던 그는 아이들 교육에 온힘을 쏟았다. 형규는 아버지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열차가 잠시 후 원주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에 도형민은 시렁에서 취재가방을 끌어내렸다.
3.
사곡으로 가는 버스는 아직 20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도형민이 오른손으로 목덜미를 만지며 대합실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은 서리맞은 푸새 같았다. 지방경제 현장취재 출장에서 광고수주를 단 한 건도 따오지 못했다고 편집국장실에 불려가 호통을 들은 그는 점심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전동차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목덜미를 만져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불황의 파고가 언제 그의 목덜미를 후려칠지 모를 일이었다. 오십 줄에 들어선 나이에 겨우 비집고 들어간 신문사에서마저 쫒겨나면 어디를 갈 것인가? 그래도 남편이라고, 아버지라고 쳐다보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신문사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대합실을 빠져나온 그는 길 건너편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초림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왁자하게 쏟아져 나왔다.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면 윤숙의 탁음이 나는 목소리와 두 아이의 잉잉거리는 소리에 도형민은 갇혀버릴 것이었다. 휴일이 다가오면 머리가 질분거리며 아파왔다. 도대체 휴일만 다가오면 에버랜드와 서울랜드에 인파가 수 만 명이 몰려왔다느니,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었다느니 하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동그란 입이 보기 싫었다. 고속도로 이야기만 들어도 기가 저절로 죽었다. 그에게 자가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그도 자가용을 굴렸다. 큰 마음 먹고 소나타를 뽑아서 윤숙, 채희, 채영, 이렇게 세 여자를 태우고 강화도로, 제부도로, 수안보로 돌아다니던 좋은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월급의 삼분의 일을 자동차에다 쏟아붓느라, 반찬을 여섯 가지에서 네 가지로 줄이고, 외식도 줄이고, 옷 사는 것도 줄이고……. 그래도 도형민이네 세 여자는 깔깔거렸다. 그러나 그 깔깔거림도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채희가 6학년으로 진급하던 날, 윤숙이 팜플릿 하나를 그의 코 밑으로 내밀었다. 특목고대비반 학생모집 안내문이었다. 초림시가 대한외국어대학과 협약을 맺어 초림시 북쪽 현포면에 자리잡은 대한외국어대학 초림캠퍼스 부지 내에 외국어고등학교를 세운다는 것과 입학 정원의 30%를 초림시 관내 중학교 졸업생들에게 배정한다는 내용이 팜플릿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학원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팜플릿을 든 도형민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여보, 우리 차를 팝시다. 차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아요. 애들 교육시켜야죠. 운숙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자가용을 처분했다.
비 엠 떠블류 승용차가 세븐 일레븐 편의점 앞에 바퀴를 멈췄다. 차창이 열리면서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도형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영월집의 큰딸 인숙이었다. 그녀는 매쓰매틱스 에듀 수원 캠퍼스 대표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도형민은 재빨리 길을 건너갔다.
“사곡 들어갈 거죠. 같이 타고 가요.”
인숙이가 조수석에 놓여 있던 핸드백을 집어들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영월집에게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신세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둘째 사위가 용돈을 듬뿍 줘서…….”
영월집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진원장이 왔다 갔어요?”
도형민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
“우리 둘째 사위가 왔다 갔지.”
영월집이 거드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진원장이 돈을 잘 버는 가봐요.”
도형민이 간을 쳤다.
“잘 벌다마다……. 우리 영감이 산타모가 엘피지 냄새가 난다 뭐 어쩐다고 불평을 해대니까, 둘째사위가 에쿠스로 바꾸어 주었잖아.”
“사위 하난 잘 두셨네요.”
“사위를 잘 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규모가 엄청 커진 거지.”
“할머니께서 사교육 시장이란 말도 아시고.”
“날, 아직도 영월역 앞에서 순대국이나 파는 할망구로 아는가벼.”
영월집이 킁킁거리며 채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굵은 손가락에 다이어몬드 반지가 번쩍였다.
“어머니도 영월역 앞 순대국집 이야기는 뭐 할라고 해.”
인숙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이 불경기에도 불황을 모르는 게 사교육시장이라죠?”
도형민이 화제를 슬쩍 사교육시장으로 돌렸다.
“슈퍼 스터디는 사교육 시장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급성장한 대표적 상장회사인데요, 작년 매출액이 1600억이 넘고 순영업 이익이 600억 원에서 약간 모자란다더군요. 슈퍼 스터디는 고교생을 위한 입시강의 사이트, 온라인 학원을 시작으로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코어 스터디,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베스트 스터디, 성인을 상대로 한 의치학전문대학원 전문학원인 슈퍼 MD로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요, 올해는 로스쿨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해요.. 슈퍼 스터디 외에도 클래식·충암논술·알라 에듀·명성학원·원 웨이 등 대부분의 사교육업체들이 초등학교부터 성인시장까지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인숙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제 대한신문에 났더군. 증권가에서는 대학입시 시장 규모를 전체 4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산업은 10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더군.”
도형민이 입가에 엷은 웃음을 지었다.
드림랜드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사곡교회 전도단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전도단원들이 붉은 글씨로 666이라고 쓰인 피켓을 높이 쳐들었다.
“666이라는 숫자는 완전수인 7에서 1이 모자란 불완전한 수 6을 3개 포개 놓은 것으로 이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완전한 악마에 대한 마귀적인 모방, 환난, 저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마귀의 수입니다.”
허목사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경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그의 머리카락 전체가 흰 빛깔이었다.
도형민은 음지뜰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갔다. 개짓는 소리가 줄기차게 들려왔다. 골드 빌라 B동 앞에서 도형민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이윽고 그가 201호 도어록의 숫자판을 눌렀다.
“아빠, 이제 오세요.”
컴퓨터 앞에 앉아 화이트 몬스터 게임을 하고 있던 채희가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며 엉덩이를 달싹했다.
“너희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허구헌 날 컴퓨터 앞에 쪼그리구 앉아 있으니 어디 쓰겠니?”
“…….”
“빨리 컴퓨터 끄고 공부해라.”
도형민이 웃옷을 벗으며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화이트 몬스터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 했더니.”
윤숙의 눈꼬리에 잔주름이 많이 잡히었다.
“치 영어공부 다 했는데……. 뭐 할 게 있어야지.”
채희가 툴툴거렸다.
“공부할 게 없다고? 숙제 다 했어?”
도형민이 말끝을 높였다.
“숙제 벌써 다 했다니깐요.”
채희가 짧게 대꾸했다.
“이젠 전과나 참고서 보고 그대로 베껴놓고는 숙제 다 했다고 하는 그런 식으로 공부해선 안 된다. 이젠 공부방식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온 거야. 자, 늦었지만 입학선물이다.”
도형민이 가방에서 두툼한 영어사전을 꺼내 채희에게 내밀었다.
‘아빠두 참…… 영어사전을 사 오면 어떡해요. 전자사전을 보면 낱말풀이도 자세하게 되어 있고, 원어민 발음도 들을 수 있어 종이책으로 된 영어사전이 별 쓸모가 없다니깐요.“
채희가 영어사전을 건네받으며 툴툴거렸다.
“그, 그래?”
도형민이 말을 더듬거렸다.
“…… 저희 반 아이들도 전자 사전은 하나씩 갖고 있거든요.”
채영이 해실거렸다.
“책을 보다가 모르는 낱말 같은 게 나오면 참고서에서 그냥 베껴 쓸 게 아니라, 그때그때 사전에서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지……. 쉽게 익힌 낱말은 쉽게 잊어버린단 말야.”
“치 아빠두, 이왕 사전을 사다주실려면 화이트 몬스터 게임사전을 사다주시던지 하지.. 달랑 영어사전 한 권 사 갖구 와 가지고선…….”
“아빠가 너희들에게 사전을 사다준 게 다 이유가 있어. 남이 다 풀이해 놓은 것을 그냥 배끼는 게 아니라, 모르는 낱말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라는 뜻이지. 그러면 창의력도 생기고…….”
“치 또 창의력 타령, 시체말로 창의력이 밥먹여주나요.”
채희가 쏭알거렸다.
4.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나오고 있었다. 생수를 컵에 따르던 용민이 코를 벌름거렸다.
“장기자님, 왜 그러세요?”
하은이 상자에서 녹차를 꺼내다 말고 물었다.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자꾸만 나서.”
용민이 짧게 대꾸했다.
“그건 저것 때문에 그럴 거예요. 이번에 강부장님 아들이 자사고에 다니는 아들이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고 떡을 가져오셨거든요.”
해말간 얼굴의 하은이 노란 상자를 가리켰다.
“그래서 고소한 냄새가 났구나. 난 또 하은씨가 송편을 어디 감춰뒀나 하고 찾았지.”
용민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 장기자님두.”
하은이 쿡쿡 웃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우리나라 주요 자사고 및 자율고 출신 학생들은 졸업정원의 70프로 이상이 스카이대학 및 의학·치의학·한의학·약학 계열 및 경찰대학에 합격했다는 거야. 강부장 아들은 스카이대 합격증은 따놓은 당상이지.”
도형민이 힘담주어 말했다.
“특목고 전문가 진윤명이라는 사람이 쓴 교육섹션 칼럼을 보니까,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이처럼 높은 성취를 보이는 까닭은, 까다로운 자격조건에 부합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차별화된 커리큘럼으로 고강도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이며, 특히 앞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이 자율화되면, 각 대학은 우수재원 확보를 위해 수학 과목을 중심으로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하던데요.”
수습기자 딱지를 뗀지 채 한 달이 안 된 용민이 말했다.
“교육 섹션에 있는 교육 칼럼이라는 거 다 학원 광고야 광고.”
두터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도형민이 피식 웃었다.
“광고라고요?”
용민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도형민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 순진하긴. 메이저 신문사들이 미쳤다고 학원대표에게 교육 섹션 칼럼을 쓰게 하겠어. 한 번 칼럼을 실을 때마다 광고료를 왕창 받고 실어주는 거야.”
“신문사와 사설학원은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관계군요.”
“그건 우리 신문사도 마찬가지야. 기업체들 탐방 기사 써주고 광고 수주하는 거랑 뭐가 다르겠어.”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도형민은 휴대전화기의 폴더를 열었다. 형규의 굳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님, 어제 교육부 발표 보셨지요?”
“무슨 발표를?”
“정부는 그 동안 무한의 입시경쟁을 막아왔던 학교 운영과 관련된 학사 운영지도 지침, 방과 후 지도 지침, 수준별 이동 수업 지침, 학습부교재 선정 지침, 사설모의고사 참여 기본 지침을 모두 폐지한다는 겁니다.”“그게 어떻다는 건대?”
“이제부터는 규제가 풀린 무한의 경쟁터에서 교장들은 매년 치러지는 일제고사나 특목고. 스카이대학 진학 결과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게 되고, 교사와 학생들 역시 성적 경쟁에 매이게 된다는 걸 장님이 더듬어 보아도 알 노릇이지요.”
“지난 번 실시된 전국단위 일제고사 성적 순 줄세우기가 일상이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 말이군.”
“결국 교육과정이 예체능과 다양한 교과 수업, 재량활동, 계발활동 등 창의적 형태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시험과목 중심의 파행적 형태로 운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게다가 자사고를 대거 허가하게 되면 자사고나 특목고 하나 없는 M시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더 이상 교육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 음…….”
“형님 아무래도 저희가 초림으로 이사를 해야 할까 봐요.”
“초림으로 이사를 온다고?”
“애들 교육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환경이 좋은 데로 이사를 해야겠어요. 이대로 있다가는 애들마저 제 꼴 날 것 같아서요…….”
“…… 초림으로 이사를 와서 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칼국수집이라도 할려고요.”
“글쎄.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이제 너도 잔나비 밥 짓듯이 하고 살 때가 아닌 중년이라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야 돼.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냐.”
도형민은 휴대전화의 폴더를 닫았다.
도형민이 구조조정 바람에 휩쓸려 다니던 대양화장품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 전부를 쏟아부어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프랜차이즈 통닭집이었다. 처음에는 제법 손님들이 많아 장사가 되는 듯싶었으나 주변에 비슷한 가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바람에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손을 털어야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 수만 없어, 이번에는 은행에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아 족발집을 차렸다. 봄, 여름에는 주방일이 바쁠 정도로 손님들이 찾아왔으나 겨울철로 접어들자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마저 급속히 악화 되자, 손님이 뚝 끊어졌다.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빚만 늘어났다. 결국 아파트를 처분한 돈으로 은행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드림랜드 아파트 단지 건너편 음지뜰의 골드 빌라 25평형을 사가지고 이사를 갔다. 이사를 하던 날 바람이 몹시 불고 빗방울마저 후두둑거렸다. 아이구 내 팔자야. 명문대학 나온 수재사위 보게 되어 우리 딸 고생 안 하겠구나 했더니... 소똥 냄새, 개똥 냄새 풀풀 나는 논두렁 빌라에서 살게 되다니……. 이사를 하던 날 장모는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더니, 대학선배가 주간경제신문의 편집국장으로 가면서 그를 불러들였다. 그것이 작년 봄의 일이었다.
5.
비가 치적치적 오고 있었다. 드림랜드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는 사람들로 자가사리 끓듯 법석거려 걸음조차 떼기 힘들었다. 주님께서 곧 오십니다. 허목사가 핸드마이크로 외치고 있었다. 도형민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서는 몸집이 작은 여자가 찬송가를 부르며 전도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도형민은 그녀가 건네주는 전도지를 펴보았다. 때를 모르면 어둠의 자녀요, 때를 알면 빛의 자녀다.
“허영환인지 허환영인지 하는 저 목사 영감탱이 하는 꼬락서니 좀 봐……. 주님이 곧 온다고……? 밥이나 쳐먹구 저런 흰소리를 텅텅치구 자빠졌나? 비가 오는데 무슨 지랄인지 모르겠어.”
사우디 영감의 말투는 가시처럼 날카로운 힘이 들어 있었다.
“요한계시록에는 두 종류의 괴물이 나옵니다. 그 중의 하나는 바다에서 나온 괴물이며 다른 하나는 땅에서 나온 또 다른 괴물입니다. 이 중 바다에서 나온 괴물은 요한계시록에서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오는 괴물, ‘붉은 빛 괴물’,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짐승’, ‘전에 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온 괴물’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괴물은 표범과 비슷하며 그 발은 곰의 발과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은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니 구약시대의 다니엘이 환상 중에 본 괴물과 아주 흡사합니다. 다음으로 땅에서 올라온 또 다른 괴물은 요한계시록에서 일명 거짓선지자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허목사의 쉰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울려 퍼졌다.
빗소리는 더욱 세차게 들여오기 시작했다.
“…… 2010년에 주님이 공중 강림하실 때 이단자라고 말한 자들은 성령이 하는 일을 훼방한 죄로 버림받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표적과 기사로 주님 오실 때를 증거하십니다.”
허목사의 쉰 목소리가 멈췄다.
그때 빗소리를 뚫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아! 누가 학생의 미래를 묻는다면 눈을 들어 매쓰매틱스 에듀를 바라보라고 한 우리 사위 진윤명을 아는가 모르는가. 훤칠하게 큰 키에 뚱뚱한 몸집의 영월집은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신이 내리는 것 같은 기운이 온몸을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눈은 꿈꾸듯 풀어져 있었고, 얼굴빛은 수수빛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치고 싶었다. 어디에 이러한 기운이 숨어 있었는지 그녀 자신조차 모를 일이었다. 대치동에서 특목고 학원을 운영하는 둘째사위가 용돈을 5백만 원 주고 갔다아. 하루에 용돈을 20만원씩 써도 언제 다 쓸 줄 모르겠다아. 우리 사위는 도곡동 타워 팰리스에 살고 있다아. 압구정에도 아파트를 갖고 있다아. 분당 정자동에도 오피스텔을 갖고 있다아. 마을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봐라아. 영월집이 연방 채머리를 흔들며 외쳤다.
하바드 영어유치원 버스가 드림랜드 아파트 입구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영월집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이들을 마중나와 있던 학부모들이 아이들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웠다.
마을 사람들아 내 말 좀 들어봐라아. 영월집은 엉덩이를 줄기차게 흔들어대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김종성∙1952년 강원도 평창 출생. 경희대 대학원 및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 1986년 ≪동서문학≫ 신인상 중편소설 당선. 2006년 경희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 창작집 탄炭, 금지된 문, 말없는 놀이꾼들, 연리지가 있는 풍경등. 현재 고려대 인문대학 교양교직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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