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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8년 겨울호)/신작시/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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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75회 작성일 09-02-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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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욕망의 방을 닦는다 외 1편

 
이를 닦는다
세상이 입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구석구석 번식하던 말의 찌꺼기가 
둥지를 나와 그물에 걸린다
침전된 욕구가 동강난 몸살을 앓고 
삶의 포말은 잇몸 깊숙이 박혀있는
붉은 기억의 편린까지 쓸어낸다 
섭취가 안 된 침묵의 살점들끼리 
마침내 조응하는 순간이다 
잘린 음절과 부서진 구절이
미세하게 퇴적하는 치석에 기록되고    
거품뿐인 나를 휘저으며 누렇게 
오물거리다 힘주어 침을 뱉는다
성급히 언어의 방을 빠져나간다. 


 
 

가을, 집행법 

 
파산 신청하고 돌아오는 길
두 눈 부라리며 배달된 고지서만이 
우수수 지불능력 상실한 거리에 날리고 
순번 없는 대기표, 무상 등재된 이름 
그림자처럼 줄지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등록 말소된 새 한 마리 
넋을 잃고 쪼그리고 앉아 
변제해야 될 생의 채무 생각하다가   
녹물로 말라버린 혀를 차며  
세월 뒤꿈치를 내려놓고 있다. 

위장 이혼한 아내를 나이테에 숨기고 
너덜너덜 길을 잃고 헤매다
만기일을 넘기면 시린 눈발로
밑동까지 거두려고 하는가, 

다만, 소멸 시효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씨앗을 털어내며 
은밀히 뿌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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